Opinion & Column

미군 역할 바꾸는 전작권 환수, 한미 동맹의 미래 묻는다

dalmasian 2026. 6. 23. 15:24

2026.06.23.

최현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오늘날 우리는 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요구하는가. 그리고 미국은 왜 이를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것일까. 흔히 그 이유를 한국군의 능력 향상에서 찾는다. 그러나 더 중요한 변화는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미국은 주한미군에 북한 억제를 넘어 중국 견제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을 “고정된 항공모함”이라고 부른 데 이어 “중국을 향한 비수”라고 표현했다. 이는 주한미군이 중국 견제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작권 환수는 단순한 주권 회복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동맹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문제가 된다.

특히 전작권 환수 이후 현재와 같은 연합사령부 체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한국군이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지휘통제 능력을 갖추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한다. 심지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내일 전작권이 전환돼도 아무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심은 한국군의 능력 여부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세계 최강대국 군대가 중견국 장군의 지휘를 수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유사시 수만 명의 미군과 전략 자산이 투입될 한반도에서 최종 작전 지휘권을 한국군 장성이 행사하는 구조는 미국의 군사 문화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NATO를 보자. 서유럽 국가들의 국력이 결코 약하지 않음에도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미국 장군이 아닌 적이 없다. 문제는 한국군의 준비 수준이 아니라 미국이 그러한 지휘 구조를 받아들일 것이냐에 있다. 설령 한국군이 완벽한 지휘 통제 능력을 갖춘다 하더라도, 미국이 주한 미군을 한국군 연합사령관의 작전 통제 아래 두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전작권 환수 이후 현재와 같은 한미 연합 체계는 존속하기 힘들다. 연합사의 건물과 간판은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 작전지휘가 분리된다면 연합사는 사실상 해체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 경우 가장 큰 변화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자율성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적어도 현재까지 한미연합체제의 핵심 목적은 대한민국 방어와 대북 억지에 있다. 그러나 전작권 환수 이후 한국군이 대북 방어를 주도하게 되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 견제와 인도·태평양 작전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작권 환수는 한국에 더 많은 자주권을 안겨줄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로 한미연합방위체제에 대한 영향력은 축소될 수 있다. 연합사가 약화되고 주한미군이 독자적인 전략 목표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면, 주한미군은 대한민국 방어를 위한 연합군이 아니라 한국에 주둔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주한미군은 점차 ‘외국 군대’에 가까워질 것이다.

국가주권의 관점에서 전작권 환수는 충분히 정당한 목표다. 그러나 정책은 명분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정부는 전작권 환수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이다. 한미연합사는 유지될 것인가. 주한미군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중국은 이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전작권 환수 이후 대한민국이 마주할 새로운 위험은 무엇인가. 정부는 이러한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전작권 환수의 진짜 쟁점은 지휘권 회수 자체가 아니다. 그 이후에 일어날 일들에 있다.

최현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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