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평생 월세 내며 손 벌리고 살라는 ‘약탈 정부’

dalmasian 2026. 6. 27. 09:23

[박정훈 칼럼]  2026.06.26.
집값은 올리고 전세는 없애는
서민 약탈 정책…
부작용을 보고도 똑같은 실패를
반복한다면 그건 실수 아닌 고의다

6월 넷째주 서울 이파트 매매가격 지수가 전주 대비 0.30% 올라 작년 2월 이후 72주 째 상승 기록을 이어갔다.

민주당 정권이 국민의 내 집 마련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세간의 의심엔 합리적 근거가 있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그런 추측이 무성했다. 문 정부는 무주택자가 집을 사게 하는 정책엔 관심이 적었다. 공급 대신 매수자를 투기꾼 취급하는 수요 억제책에 올인했다. 대출 조이고 세금 때리는 규제를 줄기차게 쏟아내면서 5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을 90% 올려 놓았다. 그렇게 ‘미친 집값’을 만들어 놓고는 좌절하는 서민들에게 공공 임대 주택을 제공할 테니 거기 들어가 살라고 했다.

처음엔 단지 무능 탓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똑같은 정책 실패가 26차례나 반복됐다. 뻔한 부작용을 보고도 같은 처방을 계속했다면 그것은 의도된 것이라 봐야 한다. “집 가진 사람은 보수적 투표 행태를 갖는다”고 한 청와대 정책실장의 분석이 의미심장했다. 집 없는 무산(無産) 계층일수록 공공 지원에 의존하고, 따라서 ‘큰 정부’ 노선의 좌파가 선거에서 유리해진다는 뜻이었다.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부동산 ‘정치’를 했음을 자백한 셈이었다.

이재명 정부도 똑같은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실패가 예정된 문재인식(式) 정책 오류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1년간 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문 정부 첫 1년과 판에 박은 듯 똑같았다. 대출 조이기, 투기지역 확대, 규제 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를 차례로 쏟아냈다. 집권 2년차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도 문 정부와 같았다. 대책을 내놓는 순서마저 유사했다.

정책 설계가 같으니 결과 또한 같을 수밖에 없었다. 문 정부 첫 1년간 서울 아파트 값이 9.4% 뛰었다. 이 정부 들어 1년 상승률은 14.7%에 달했다. 집값은 치솟는데 대출의 수도 꼭지는 걸어 잠갔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묶어 은행 대출을 막고, 전세 끼고 집 사는 갭 투자를 사실상 금지했다. 현금 부자 아니면 아예 집 살 생각을 말라는 것이었다.

한술 더 떠 문 정부도 손대지 않았던 전세까지 조였다. 전세 자금을 빌리기 힘들도록 대출 문턱을 대폭 높였다.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해 전세 매물의 씨를 말리고 전셋값을 폭등시켰다. 전셋집을 못 구한 서민들이 속속 월세입자로 전락하면서 월세값도 덩달아 뛰었다. 매매가(價)는 물론 전세·월세값까지 모든 주거 비용을 한꺼번에 올리는 ‘트리플 폭등’을 달성했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던 ‘총체적 미친 집값’을 만들고 말았다.

그렇게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해체하더니 정부 고위직들은 왕성한 소유욕을 드러냈다. 대통령은 다주택자를 “마귀”라고 했지만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4명 중 1명꼴이, 장·차관 중에선 22명이 다주택자였다. 총리 후보엔 4채를 보유하던 수퍼 다주택자가 지명됐다. “모두가 강남 살 필요는 없다”면서도 자기들은 강남을 고집하던 문 정권 실세들을 연상케 했다. 내로남불마저 빼닮았다.

그 와중에 이 대통령이 전세 대란에 대해 드러낸 인식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전세 대출을 “집값 상승의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전세가 사라지는 것은 “정상화 과정”이라고 했다. ‘전세의 월세화’가 바람직한 정책 목표라는 말에 다름 아니었다. 좋건 싫건 전세는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의 중간 사다리로 삼는 디딤돌 제도다. 전세가 없어지면 저소득 서민층이 타격받는다는 현실을 대통령은 부정하고 있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평균은 6억8000만원쯤 한다. 이것을 월세로 전환하면 월 267만원을 내야 한다(한국부동산원 산정 전환율 4.71% 적용). 2인 가구 중위 소득이 월 420만원인데, 그 64%를 집세로 지출하면 어떻게 목돈 모아 집을 장만하라는 건가. 전세 소멸이 “정상화”라면 평생 월세 내며 무주택자로 살아가는 것이 정상이라는 건가.

청와대 정책실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집값이 꿈틀거리다 못해 펄펄 날아간 지 언제인데 이제서야 ‘사오정 화법’인가. 그의 말은 1년 새 15% 오른 ‘미친 집값’은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러면서 그는 보유·양도세 인상을 주장했다.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이 무너져도, 전·월세 대란이 벌어져도 “정상화 과정”이라며 방관하던 정부가 세금 때리는 것엔 기민하게 나서고 있다. 집값을 내리는 것보다, 집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갈라쳐 세금 징벌을 가하는 것에 더 관심 있는 듯 보였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알면서도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면 그것은 실수 아닌 고의다. 사람들은 이 정부에 과연 집값 안정 의지가 있는지 묻고 있다. 친여 성향의 커뮤니티에도 ‘중산층 없애는 정부’ ‘뉴욕·런던처럼 월급 절반을 월세로 내라는 것’ ‘월세살이 하며 정부 배급 받으며 희망 없이 살라는 건가’ 같은 글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조차 국민을 주택 무산층으로 만드는 ‘약탈 정책’의 의도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박정훈 논설실장 j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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