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6.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참전유공자 위로연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6·25 전쟁 76년을 맞아 기념사를 했다. A4 용지 2장 정도를 메울 만한 분량이었다. 대통령은 6·25 전쟁을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처절한 비극”이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그 처절한 비극을 누가 촉발했는지는 기념사 속에서 밝히지 않았다. 6·25 전쟁에 대해 언급하는 기념사 내내 북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굳이 피해갔다는 것이 맞는 얘기일 것이다.
이 대통령의 북한 관련 언급 회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북한 관련 발언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이달 초 유럽연합 지도부와의 정상회담 직후 “러시아·북한 간 불법적 군사 협력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는데, 언론 발표문과 청와대 보도자료에는 북한 관련 얘기가 빠졌다.
과거 문재인 정권도 북한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도 문 전 대통령은 6·25 기념식에서 북한군의 침략을 언급했다. 당시엔 북한과 접촉하고 대화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지금 김정은은 대남 접촉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문 정부보다 더 김정은 심기를 살피는 분위기다. 도발의 주체로서 북한을 지목하는 일을 아예 금기로 여긴다.
기념사 속에는 미국이라는 단어도 나오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피 흘린 유엔 참전국”이라며 여러 차례 유엔에 감사를 표시했을 뿐이다. 유엔 참전 16국 전체에 대해 예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6·25는 미국이 유엔이라는 모자를 쓰고 우리를 도운 전쟁이라는 표현이 사실에 가깝다. 전체 유엔군 전사자 4만명 중 미군이 3만7000명이라는 점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도 굳이 미국이라는 말을 쏙 뺐다. 역대 대통령의 6·25 기념사에서 이런 적이 있었나 싶다.
굳이 짐작해 보자면 대북 햇볕정책을 되살리려면 미북 대화재개가 필수적이고,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접촉을 특별히 부탁한 마당에 과거 두 당사자 사이의 불행했던 역사를 상기시키고 싶지 않아서 였을까. 이유가 무엇이든 북한과 미국이 빠진 참 이상한 6·25 기념사를 들었다는 느낌은 감추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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