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4.
[아무튼, 주말]
[서민의 시사 구충제]
코로나 백신 논란 재점화
접종 피해, 국가가 답할 때

일러스트=유현호
2021년 7월 교대 4학년생이던 이유빈씨는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을 맞은 다음 날부터 어지러움과 호흡곤란 증상을 겪는다. 병원의 진단은 ‘혈전으로 인한 폐색전증과 뇌경색증’. 이씨는 수술까지 받았지만 접종 12일 만에 숨지고 만다. 유족은 피해보상을 신청했지만 질병관리청은 인과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했고, 유족 측의 이의신청도 정부가 기각한다. 하지만 유족이 제기한 행정소송의 1심 결과는 달랐다.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정부가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 이씨의 경우처럼 법원이 코로나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의 인과성을 인정하는 사례는 여럿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백신 접종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는 전파력이 워낙 높은 데다, 사스나 메르스와 달리 증상이 나타나기 전인 잠복기에 대부분의 전파가 이루어지는 게 특징이었다. 코로나가 3년이 넘는 기간 우리를 괴롭혔던 것도 이 때문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한정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를 극복하는 방법은 백신이 유일했다.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코로나는 여러 차례 변이를 통해 백신 장벽을 피해갔지만, 변이 과정에서 치명률은 점점 떨어져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 독감보다 낮은 수준이 됐다. 치명률이 높았던 초기 단계에서 백신 접종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이 때문. 2022년 5월 기준 코로나 확진자 대비 사망률은 대한민국이 0.13%로 미국(1.22%), 영국(0.8%), 일본(0.36%)보다 월등히 낮은 세계 최저 수준이었는데, 이는 우리 국민이 정부 지침에 따라 성실히 백신을 접종한 덕분이었다. 물론 백신에는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지만, 백신이 아니었다면 사망자는 훨씬 더 많았으리라.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백신 패스 정책이 당시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당시 정부의 백신 관리가 제대로 됐느냐는 것. 백신 자체의 부작용 때문이 아니라, 백신에 이물질 같은 게 들어가 사망하거나 고통을 겪은 이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겠는가? 지난 2월 감사원 발표는 그래서 충격적이었다. 감사원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질병청은 2021년 3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의료기관으로부터 1285건의 백신 이물질 신고를 접수했는데, 이 중 127건은 곰팡이·머리카락·이산화규소 등 위해 우려가 있는 이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질병청은 해당 제조번호의 백신에 대해 수거·검사·유통중단 등의 조치를 시행하는 대신, ‘제조사에만 알린 뒤 제조사의 조사 결과를 회신받는 방식으로 사안을 처리’했단다. 범인에게 사건 수사를 맡긴 격. 그 결과 신고 이후에도 동일 제조번호 백신 약 1420만회분이 계속 접종됐고, 이물질이 발견된 제조번호 백신의 이상 반응 보고율은 다른 제조번호 평균보다 더 높았다고 했다. 심지어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맞은 이도 2703명이나 됐는데, 질병청은 이들에게 오접종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재접종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단다.
일본과 비교하면 질병청의 부실 대응은 더 두드러진다. 백신 접종이 한창이던 2021년 8월, 일본 후생노동성은 사용 중인 백신에 이물질이 혼입돼 있다는 신고를 받는다. 조사 결과 해당 백신은 스페인 로비사에서 제조된 모더나 제품. 당시 일본도 백신 수급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후생노동성은 이물질이 나온 백신과 동일한 공정에서 제조된 백신 160만회분을 폐기한다. 2021년 8월은 우리나라가 아스트라제네카 대신 화이자와 모더나만을 접종하기 시작할 때. 이럴 때 일본에서 모더나 이물질 논란이 터졌으니 여기에 관한 우려가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8월에 국내 도입된 모더나 백신의 제조소는 스페인이 아닌 미국이다” “8월 이전에 국내 도입된 모더나 백신의 제조소는 스페인이지만, 일본 모더나 백신과 동일한 제조번호를 가진 백신은 들여오지 않았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9월 1일, 정부는 루마니아와 정부 간 백신 협력을 통해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 총 150만회분을 국내에 가져온다고 발표한다. 둘 다 유효기간이 많이 남지 않았으니 일종의 ‘재고 처리’인 셈. 동네방네 K방역을 홍보하던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만큼 절박했다. 그런데 화이자 105만회분은 돈을 주고 사 왔지만, 모더나 45만회분은 ‘무상 공여’ 논란에 휩싸였다. 혹시 모더나 제품이 논란의 스페인 제품이어서 그런 건 아닐까? 정부는 다음과 같이 해명한다. “이번에 우리가 공여받게 된 모더나 백신이 스페인 로비사에서 온 것은 맞지만, 제조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이물질 발생) 우려는 전혀 없다.”
앞서 소개한 고(故) 이유빈씨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것은 2021년 7월. 날짜로 보아 로비사 제품일 확률이 높다. 일본에서 이물질 논란이 불거진 마당에, 설령 특정 제조 단위가 다르다고 해도 같은 회사에서 만든 백신은 100%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다른 백신 사망자들과 달리 이씨는 백신 접종 다음 날부터 이상 증상을 보였고, 2주도 안 돼 사망했기에, 그의 사망은 백신 접종과 인과관계가 있어 보인다. 물론 다른 백신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도 여럿 있지만, 이씨의 죽음이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백신 관리의 문제점 때문에 사망했을 확률도 있다는 점이다. 폐기해야 마땅할 스페인산 모더나 백신을 맞고 사망한 이는 얼마나 될까? 당시 정부가 여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특히 이물질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접종 중단 조치는커녕 제조사에 뒤처리를 맡긴 질병청의 행위는 엄격하게 단죄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은경 당시 질병청장은 지금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데다, 감사원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수 정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거품을 물고 탄핵을 외쳤을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국민의힘이 제의한 국정조사를 거부했다. 이런 식이면 향후 팬데믹이 또 왔을 때 정부를 믿고 백신을 접종할 이가 얼마나 될까? 한 사람의 의사로서 외쳐본다. 정은경 장관과 질병청을 특검하라!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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