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배재고 스타벅스 응원 논란에서 놓친 것

dalmasian 2026. 7. 5. 17:19

[태평로] 2026.07.05.
고교 야구장에서 터져 나온 비하
징계 무게 놓고 공방과 논박 난무
책임이 있는 어른들은 어디에…
“승패보다 태도가 중요" 기억해야

2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 배재고등학교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화환과 응원하는 화환이 나란히 놓여 있다. /고운호 기자

“스타벅스 가야지~.”

고교 야구장에서 나온 한마디가 한국 사회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스타벅스 ‘탱크 데이’ 마케팅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직후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먼저 사실관계부터 짚자. 문제의 배재고 응원 구호는 순간적인 말실수로 치부하긴 어렵다. 경기 중 여러 차례 반복됐다. 광주일고 지도자들도 처음엔 ‘뭐라는 거야’ 하고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선수들이 듣고 “너무 심하다”면서 호소하자 귀를 기울였고,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고 판단해 “그만하라”고 호통쳤다. 당시 광주일고는 크게 지고 있었다. 패색이 짙은 상대를 향해 역사 인식의 결핍과 지역 혐오를 드러내는 야유를 집단으로 외친 건 야비하고 천박했다. 책임은 물어야 한다.

문제는 제재 수위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배재고에 내린 처분은 전국 대회 6개월 출전 정지다. 그러나 올해 남은 전국 규모 대회는 대통령배, 봉황대기, 전국체전 세 개뿐이다. 배재고는 이 가운데 두 대회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이번 징계로 실제 참가하지 못하게 된 무대는 8월 봉황대기 하나다. 형식상 6개월 정지지만 현실적 효력은 2~3개월에 가깝다. 더구나 이 결정은 아직 ‘1심’ 성격이다. 대한체육회 재심이 남아 있고, 불복할 경우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협회도 이런 정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감경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얘기다.

이 조치가 선수들에게 곧바로 ‘사형 선고’가 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대학 진학을 앞둔 3학년들은 앞서 열린 주말리그 등을 통해 입학 자격에 필요한 최소 출전 시간을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처분 자체가 곧장 대입 장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관건은 생활교육위원회 회부 이후 이 사안이 학생부에 어떻게 반영되느냐, 대학과 사회가 이를 어느 정도로 평가하느냐다. 학교폭력은 아니지만 파장이 워낙 컸던 만큼 입시 현장에서 완전히 무시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다소 막연한 우려는 있다.

선수들의 꿈인 프로 진출 문제는 좀 복잡하고 씁쓸하다. 일부 구단 사이에서는 배재고 선수를 지명하기 부담스럽다는 말까지 나온다. 괜히 해당 학교 출신을 뽑았다가 구단 모기업이 정치적 압박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라고 한다. 인성이나 실력이 아니라 여론의 눈치 때문에 아이들 앞길이 막힐 수 있다니 적잖이 심란한 일이다.

학생들의 행동은 분명 잘못이었다. 제대로 된 교육과 반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철들기 전 아이들은 자라면서 별별 일을 겪고, 또 저지르기도 한다. 승부가 걸린 운동장에서는 감정이 격해져 도를 넘는 행동이 나오기도 한다. 부딪치고, 상처를 주고받고, 앙금도 남는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사과하고, 악수하고, 다시 마주 선다. 스포츠가 교육일 수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승패 이후 관계를 회복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광주일고 선수들도 마음은 많이 상했지만, 경기 중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고 사과를 받은 뒤 정리하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연이 밖으로 알려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지금은 당사자보다 외부자 목소리가 더 격렬해진 형국이다. 아이들 사이 마찰을 어른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분열과 반목의 소재로 키우고 있는 셈이다.

징계가 과하냐, 약하냐만 따지다 보면 본질은 뒤로 밀린다. 배재고 학생들이 광주일고 친구들에게 가서 직접 사과하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그 자리에서 함께 응원 문화와 스포츠 정신을 돌아보길 바란다. 더그아웃에서 그런 말이 나오도록 방치한 지도자, 감수성 교육을 충분히 하지 못한 학교와 학부모, 현장에서 제때 대응하지 못한 협회 운영진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이들만 응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스포츠의 가치를 승패 바깥에서 찾았다. 이기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어떻게 이기느냐다. 승리는 기록으로 남지만 태도는 기억으로 남는다. 우리는 이기는 법을 가르치는 데 골몰한 나머지, 이긴 뒤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충분히 일러주지 못했던 건 아닐까.

배재고의 교훈(校訓)은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다. 이번 소동을 푸는 실마리도 그 말 안에 있다. 벌을 주더라도 꿈까지 짓밟아서는 안 된다.

이위재 기자 wj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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