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6.
“150조 순매도=한국 탈출?”…증권가는 “비중 조정 과정”
상대 성과·실적·환율·지수 이벤트가 외국인 복귀 변수
“외국인 수급보다 한국 시장 경쟁력 회복이 먼저”
올해 들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150조원 넘게 주식을 쏟아내며 사상 최대 규모의 ‘셀 코리아’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이탈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를 한국 증시에 대한 비관론보다는 글로벌 자금의 기계적인 리밸런싱(비중 조정) 과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시장의 관심도 ‘언제까지 팔 것인가’를 넘어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외국인이 다시 매수세로 돌아설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뉴스1
글로벌 연기금과 패시브 펀드는 국가별 목표 비중에 맞춰 자산을 운용한다. 한국 증시가 다른 국가보다 많이 오르면 평가액이 불어나 목표 비중을 초과하게 되고, 차익실현을 통해 비중을 줄인다. 이후 한국 증시의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다른 국가 증시가 더 오르면 다시 한국 비중을 늘리는 구조다. 다만 목표 비중은 운용사마다 다르고 대외 환경에 따라 조정되는 만큼 ‘외국인 보유 비중이 몇 %가 되면 다시 산다’는 절대 기준은 없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매도세를 단순히 기계적인 리밸런싱 하나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많이 오른 데 따른 차익실현 성격도 있지만 환율 변동성과 미국 기술주 투자심리 위축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며 “리밸런싱만으로 현재 외국인 매도세를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① 코스피 비싸다... 타국 지수 더 올라야
외국인 복귀의 첫 번째 조건은 한국 증시의 상대적 매력도가 다시 부각되는 것이다. 증권가는 외국인의 매도세를 단순히 코스피 지수의 등락이나 보유 비중 변화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분석했다. 핵심은 글로벌 자금이 한국 증시를 타국 시장과 비교해 얼마나 매력적으로 평가하느냐는 점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자들은 수익률 그 자체보다 여러 국가의 성과를 서로 비교하며 자금을 옮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실제 지난 2024년에는 대만 증시가 한국보다 강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자금의 한국 비중 확대가 이어졌지만, 올해는 상황이 반전됐다. 한국 증시가 대만 시장의 성과를 크게 앞지르자,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매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위재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패시브 자금의 매도는 외국인 보유 비중이 낮아지거나 코스피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코스피가 포함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 지수 대비 상대 성과가 더 중요한데, 최근 코스피가 고점 대비 하락했음에도 상대 수익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② 반도체 실적과 ‘리레이팅’
두 번째 조건은 기업 실적의 질적 개선이다. 다만 분기 실적의 절대적인 수치만으로는 외국인의 마음을 돌리기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라며 “반도체 업황에 대한 장기적인 신뢰가 회복돼 멀티플이 재평가(리레이팅)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야 외국인도 다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는 경기 사이클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인 만큼 일시적인 호실적보다 장기적인 이익 지속 가능성이 확인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노 연구원도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지속 여부가 중요한 변수라고 봤다. 그는 “기술주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고 AI 설비투자(CAPEX)가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생겨야 한다”며 “7월 말부터 이어지는 미국 빅테크 실적 시즌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③ 원·달러 환율 안정 필요
세 번째 조건은 환율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550원 안팎에서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는 달러 강세 기조가 꺾이고 원화 가치가 안정화되어야 외국인 매도 공세도 진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매도의 본질은 많이 오른 데 따른 차익실현”이라면서도 “환율 변동성과 기술주 우려가 완화되면 매도 강도도 점차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④ MSCI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
마지막 변수는 지수 편입 등 구조적 이벤트다. 다만 단기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한국은 지난달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Watch List) 등재가 또다시 불발됐다. 설령 관찰대상국에 포함되더라도 실제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까지는 통상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대규모 패시브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도 주식시장 수급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 3월 31일 WGBI 편입 이후 외국인은 국고채를 체결 기준 37조3000억원(3월 30일~6월 26일) 순매수했지만,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서는 2분기에만 88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이 주식시장까지 확산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순매도는 한국을 떠나는 신호라기보다 많이 오른 시장에서 비중을 조정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외국인이 다시 순매수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한국 증시의 상대 매력 회복과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신뢰, 환율 안정, 글로벌 투자심리 개선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권우석 기자 rainston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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