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상당히 높은” 사법 리스크, 대통령 가슴 짓누르고 있나

dalmasian 2026. 7. 9. 09:42

[김창균 칼럼]  2026.07.08.
대통령 관심사는 퇴임 후 재판
임기 초부터 소문 무성하더니
전임들처럼 감옥 갈 가능성
스스로 외신 인터뷰서 거론
자신 지켜줄 대표 뽑으려고
與 전대 본격 개입하는 건가

                    김창균 주필

2024년 4월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사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며 넥타이를 매만지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정권이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대통령 최대 관심사는 임기 후 재판받을 걱정”이라는 말을 두세 번 들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냈거나, 부풀린 얘기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구름 위에 떠다니는 황홀경을 경험한다고 들었다. 온 세상이 내 것이고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5년 단임 임기가 끝난 후에도 권력이 지속될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더구나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당이 압도적 의석으로 엄호하고, 야당은 탄핵 후유증으로 지리멸렬 상태였다. 이런 마당에 천하를 눈 아래 깔아보는 임기 초 대통령이 퇴임 후를 걱정한다니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은 대통령 임기 중에는 형사재판을 중지시키는 ‘재판 중지법’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국회 법사위까지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후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었다. 갑자기 대통령실이 제동을 걸었다. 대통령이 “내 문제와 관련해 법을 만들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필자 판단이 옳았구나 싶었다. 민주당만 호들갑을 떨었지 대통령은 오히려 자기 재판에 의연하지 않은가. 아주 잠깐 동안의 착각이었다. 바로 그 무렵 조국혁신당의 조국 의원이 “재판 중지가 아니라 공소취소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없었던 일로 하자는 화끈한 해법이었다.

재판 중지법에 반대했던 대통령은 공소취소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대통령은 애초부터 공소취소를 바라고 있었다는 배경 설명이 흘러나왔다. 재판 중지법에 대해 “임기 동안 중단했다가 퇴임 후 재판을 받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오히려 못마땅해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본심을 알아차린 민주당은 공소취소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북 송금 사건에 초점을 맞췄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검찰의 연어회 술파티 회유에 넘어가 허위 진술을 했다”는 가설을 세우고 사실을 뜯어맞췄다.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청 앞 편의점에서 소주를 사서 생수병에 담아 마시는 현장 검증을 하더니 “진실이 드러났다”고 감격했다. 보는 사람이 민망해지는 3류 정치 쇼였다.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에 소셜미디어에 “검찰의 사건 조작은 강도나 납치 살인보다 더 나쁜 짓”이라는 글을 올리며 분위기 조성에 힘을 보탰다.

이런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어회 술파티 회유 주장은 허위”라는 국민 참여 재판 판결이 나왔다. 공소 취하 빌드업은 물거품이 됐다. 대통령이 권력으로 자기 죄를 지우려 한다는 역풍이 불었다. 당초 집권당이 15대 1까지 기대했던 지방선거 성적표가 12대 4로 쪼그라들었다. 김민석 전 총리는 “(선거 결과에 대해) 대통령께서 표정 관리가 안 될 정도였다”고 했다. 실망했고 충격을 받았다는 뜻이다.

선거 일주일 후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이재명 대통령 인터뷰 기사가 나왔다.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대한민국 대통령 절반 이상이 탄핵되거나 감옥에 갔는데, 이 대통령은 자신도 비슷한 일을 겪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pretty high)”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이 외국 언론 매체를 상대로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이처럼 솔직한 심정을 늘어놓았다는 게 놀라웠다. 퇴임 후 재판받을 걱정에 짓눌려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됐다.

8월 17일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이 직접 경선판에 뛰어들었다. 정청래 대표의 재선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김민석 전 총리 지원에 나섰다. 민주당 경선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호남 표심을 겨냥해 ‘반도체 클러스터’ 승부수도 던졌다. 마음에 맞는 여당 대표와 국정 운영을 하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로 보이지 않는다. 정 대표가 이겨서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쥐면 퇴임 후 대통령 자신의 안위가 위협받는다고 느끼는 모양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짐작이 된다. 유시민씨는 “(이 대통령이 바라는) 공소취소는 미친 짓”이라고 했고, 김어준씨는 자기 방송에서 “공소취소 거래는 탄핵감”이라는 발언을 내보냈는데 두 사람 다 정청래 대표와 ‘문조털래유’ 한 팀으로 분류된다.

지방 선거 후 대통령이 주변 사람들에게 “퇴임 이후를 생각하면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고 털어놓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번에는 꾸며낸 말로 들리지 않았다. 대통령이 이처럼 불안하고 초조하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켜보는 국민도 덩달아 조마조마해진다.

김창균 주필 ck-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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