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2026.07.09.
보완 수사권 폐지 등
정청래와 차별점을 없애
정청래 꺾으려는 김민석
검찰개혁 후 실패 쌓이면
정치적 부담은 여당 몫
장윤기 사건이 그 예고편

장윤기에게 피살 당한 고 이채원 학생의 부모와 시민단체가 7월 8일 광주경찰청에서 경찰의 부실, 은폐 수사를 규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근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 사람들한테 인기가 있다. 정부·여당이 여러모로 힘든 상황인데도 장 대표 덕에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한다. 본인은 기분 나쁠지 모르겠지만, 민주당 정청래 전 대표 역시 국민의힘 쪽 성원이 만만찮다. 상대를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언행, 숫적 우위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오만한 행태에 대해 원래는 야권의 거부감이 강했다. 하지만 정청래의 그런 모습이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중도층을 이반시킬 뿐더러 여권 내부 분열까지 촉발하는 걸 보고 달라졌다.
이런 정청래에 대해 대통령이 마뜩잖은 기색을 여러 번 노골적으로 드러냈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6·3 선거 이후 여러 압박을 받자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받아쳤고 “이재명 정부는 중도 실용을 주창하지만 개혁의 과제를 멈출 수 없다”며 당권 재도전에 나섰다.
1년 동안 거대 여당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을 텐데 정청래는 여일하다. 한 손에는 ‘보완 수사권 완전 폐지’ 깃발을, 다른 한 손에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DNA’ 깃발을 들었다. 요컨대 “똘똘 뭉쳐서 검찰 개혁하자”는 거다. “저는 노사모였습니다” 발언이나 보완 수사권 폐지 강조는 누가 봐도 경쟁자인 김민석 전 총리를 겨냥한 공세다.
이런 정치적 공방을 뭐라 할 일은 아니지만, 정청래의 공격은 퇴행적이다. 또 다른 경쟁자 송영길은 곧바로 “정청래는 초기 노사모 출신이긴 했지만 정동영(지지) 정통 모임 핵심이었고 한미 FTA를 강하게 반대했다”고 반격했다. 사실 선공도 역공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정통 모임 핵심으로 한미 FTA를 강하게 반대한 또 다른 인물이 이재명 대통령 아닌가?
‘대표를 지내면서 자기 정치에 몰두했다’는 공세에 대한 정청래의 방어도 특이하다. 그는 “당대표 재임 기간 동안 지면 단독 인터뷰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면서 “신문 단독 인터뷰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자기 홍보를 할 개연성이 커서 아예 하지 않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여당 대표가 신문 인터뷰 대신 김어준 유튜브의 단골손님 노릇을 하는 건 직무 유기다. 신문 피하고 강성 유튜브에 밀착하는 것은 장동혁도 마찬가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정청래가 아니다. 이 대통령이 “이제는 또 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정하다고 보여 역할을 바꾸게 됐다”며 힘을 실어준 김민석이 더 큰 문제다.
6·3 선거 이후 이 대통령은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 “대결과 배제보다 끊임없는 대화·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반발을 최소화하는 ‘큰 그릇’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견제용이겠지만 다 옳은 말이다. 노골적인 당무 개입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정청래보다 이재명 대통령의 말이 더 민심에 부합한다.
하지만 김민석은 정청래와 차별점을 없애 정청래를 꺾으려 하고 있다. “보완 수사권 폐지를 정부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는 게 사실상 그의 출사표였다. 정부 입법안 제출 포기도 선언했다. “악용될 여지가 없는 예외적인 경우까지 봉쇄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대통령의 우려를 무시한 정청래의 공세에 굴복한 셈이다. 그는 당대표 출마 선언 자리에선 “저는 보완 수사권 폐지라는 제 일관된 주장을 정부의 입장으로 정리했다”며 정청래와 ‘저작권 다툼’을 했다.
김민석은 정청래의 안방인 김어준 유튜브에 나가서도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계엄 직후 국회에 나와 “북한군으로 위장한 요원들이 미군을 사살해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을 우방국으로부터 제보받았다”는 음모론을 퍼트렸던 김어준이 비상계엄 당일 해제 결의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김민석의 행적에 문제가 없었다고 보증해 줬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첫 점심 식사 이후 김어준·유시민의 기류는 달라졌다. ‘문조털래유’에서 ‘래(정청래)’만 빼놓고 한 몸이 되는 것, 보완 수사권 완전 폐지와 대통령 공소취소를 축으로 다시 ‘원팀’이 되는 것이 진짜 위기의 서막이다. 이제 정청래 자기 정치라는 핑계도 못 댄다.
김민석 총리 때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교수는 “여당이 현재와 같은 기조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한다면 그 순간부터 민주당 정부의 위기가 시작될 것”이라며 “강한 개혁안 통과 후 실패가 누적되기 시작하면 그 정치적 부담은 고스란히 여당에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남광주특별시 광산경찰서에서 벌어진 장윤기 살인사건 증거 인멸 사태가 그 예고편이지 싶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지도부가 9일 장윤기 살인사건과 관련해 광주경찰청장을 면담하기 위해 전남광주 광주경찰청을 찾았으나 출입이 가로막혔다. 장 대표와 지도부가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원본보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지도부가 9일 장윤기 살인사건과 관련해 광주경찰청장을 면담하기 위해 전남광주 광주경찰청을 찾았으나 출입이 가로막혔다. 장 대표와 지도부가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opinion@chosun.com
Copyright ⓒ 조선일보.
'Opinion &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청년 정책’ 말잔치는 그만하자 (0) | 2026.07.10 |
|---|---|
|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점을 야당이 제기해달라는 법무장관 (0) | 2026.07.10 |
| 국힘 막아선 광주경찰청…장동혁 "이러니 범죄 발생" 강력 비판, 장윤기 사건 파장 확산 (0) | 2026.07.10 |
| “상당히 높은” 사법 리스크, 대통령 가슴 짓누르고 있나 (0) | 2026.07.09 |
| 캐나다는 왜 독일을 택했나…승부 가른 건 잠수함이 아니었다 (0) | 2026.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