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암 칼럼] 2026.07.12.
靑 삼전닉스 레버리지 손질 시사
횡보장에선 한여름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투전판 ‘오징어게임’ 된 韓 증시
개미지옥 막으려면 방치 안 된다

천광암 논설주간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삼닉레버리지ETF)에 대한 손질을 시사했다. 김 실장은 10일 “레버리지 ETF는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시장 상황 점검회의(F4 회의)에서 면밀히 살펴보고 고민 중”이라며 “필요한 보완 방안이 있다면 F4 회의에서 점검하고 논의해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삼닉레버리지ETF의 투기성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일각에서 상장폐지론까지 나오는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실장이 말한 “보완”으로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어떻게든 드러누워 막았어야 했다”고 밝혔듯이, 삼닉레버리지ETF는 아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상품이다.
우선 삼닉레버리지ETF는 ETF이면서 ETF가 아니다. 존재 자체가 모순이다. ETF는 원래 고위험 몰빵투자가 아니라 안전한 분산투자를 위해 개발된 상품이다. 한국도 삼닉레버리지 허용 전까지는 ‘ETF는 최소 10개 종목을 담고, 한 종목의 비중이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칙을 철저히 지켜 왔다.
일반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ETF=저위험’이라는 통념을 고려할 때, ETF에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결합한 것은 투자자를 위험으로 몰아가는 기만행위에 가깝다. 정부는 “그래서 삼닉레버리지 상품명에 ETF라는 단어를 못 쓰게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부가 상품을 허가하면서 붙인 공식 명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다. 상품의 법적 성격도 ETF와 똑같다. 눈 가리고 아웅 아닌가.
더구나 개별종목 레버리지는 글로벌 스탠더드도 아니다. 도입한다고 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개별종목 레버리지는 한국과 주식시장 규모가 비슷한 대만은 물론 한국 시장보다 규모가 큰 일본이나 중국에도 없다. 아시아 주요 증시 중에는 홍콩이 유일하다. 오래전부터 ‘무(無)규제 금융 허브’를 지향해온 홍콩이 한다고, 시장 토양이 전혀 다른 한국이 쫓아갈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귀결은 ‘개미지옥’이다. 삼닉레버리지ETF 상장 한 달 만에(영업일 기준) 개미들의 절망과 비탄이 난무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삼닉레버리지ETF는 모두 16개 상품이다. 이 중 4대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8개 상품 중 7개가 5월 27일 상장 당시 기준가격인 2만 원을 밑돌고 있다. 각각 고점(高點) 대비로 보면 8개 모두가 50% 안팎까지 추락한 상태다. 고점에 사서 지금까지 팔지 않고 있다면 원금의 절반을 날렸다는 이야기다.
물론 앞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을 만회하고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레버리지에는 ‘FOMO(소외 공포)에 빠진 개미들’을 파멸로 이끄는 숨은 덫이 하나 있다. 이른바 ‘음의 복리(Volatility Drag)’ 다. 삼전닉스 주가가 오르더라도 지금처럼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오르면, 레버리지 상품은 원주(原株)가 상승한 만큼 수익이 나지 않거나 심지어 손실이 나는 금융공학적 원리다. 계좌를 오래 들고 있으면 원금이 마치 한여름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린다. 이런 이유로 홍콩에서는 모든 레버리지 상품명에 ‘daily(매일)’라는 단어를 넣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가능하면 레버리지 상품은 매입한 당일 매도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삼닉레버리지는 또한 한국 증시를 카지노로 전락시키고 있는 주범 중 하나다. 삼닉레버리지의 ‘리밸런싱’(매일매일 현물과 선물을 사고팔아 펀드의 지수 추종 방향을 2배나 ―1배로 맞추는 일)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의 주가가 뚜렷한 이유 없이 요동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미국 유력지에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 오징어게임이 될 위험’이라는 칼럼까지 등장했다.
삼닉레버리지의 부작용은 비단 코스피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코스닥 시장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유망 벤처기업들의 생명줄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부작용과 대조적으로 이렇다 할 장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는 삼닉레버리지 도입의 주된 명분 중 하나로 환율 안정을 내세웠지만 그런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F4 회의가 논의해야 할 것은 “보완”이 아니라 상품을 점진적으로 퇴출시키는 ‘출구전략’이다. 지금이라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드러눕는 자’가 정의로운 자다. 다만 무작정 상장폐지를 하면 단기간에 무더기로 쏟아지는 매도 물량이 한국 증시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세심한 충격 완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천광암 논설주간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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