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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 가장 아름다운 애도” 세브란스 사후 기부 470억 모여

dalmasian 2026. 7. 22. 07:44

2026.07.22.
세브란스병원 ‘사후 기부’ 캠페인
7년간 기부자 200명, 470억원 모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 6층에는 1120㎡(약 339평) 규모의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쉼터가 있다. 이름은 ‘김지희 라운지, 품’. 건강 악화로 이 병원에서 투병하다 2020년 생을 마감한 지희(당시 35)씨의 부모가 30억원을 기부해 2024년 만들어진 라운지다. 덕분에 평범한 야외 공간이 동백나무, 태산목 등 각종 수목과 여러 미술 작품이 어우러진 실내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하루하루를 병마와 싸우는 환자와 그 보호자들이 언제라도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한쪽에는 지희씨 사진과 함께 “광야를 걷는 누군가에게 깊은 위로와 은혜의 품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적힌 현판이 세워졌다.

장경식 기자21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 6층 ‘김지희 라운지, 품’에 투병 중 별세(2020년)한 김지희씨의 사진과 추모 현판이 놓여 있는 모습. 이 라운지는 김씨의 부모가 딸을 기리며 기부한 30억원으로 조성된 환자·보호자 휴식 공간이다.

지희씨의 아버지 김재형 대영건설산업 회장은 기부 당시 병원 측에 “딸에게 못다 전한 위로가 다른 환자들의 휴식과 회복을 돕는 ‘품’이 되길 바란다”며 “이 공간을 통해 딸과의 소중한 추억도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이 ‘사후(死後) 기부’ 활성화를 위해 2019년부터 시작한 이른바 ‘세브란스 오블리주’ 캠페인이 7년 만에 기부자 200명을 달성했다. 모인 기부금만 470억원에 달한다.

기부 사연도 다양하다. 최근엔 ‘진원과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란 명의로 기부금 550만원이 들어왔다. 세브란스병원에서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지난해 10월 하늘로 떠난 이진원(당시 34)씨의 오빠 이병현(40)씨가 동생을 기억하는 국내외 지인 44명의 마음을 모아 보낸 것이다. 병현씨는 “2024년 동생이 처음 입원하던 날엔 ‘네가 나으면 전 재산을 다 털어 기부를 해야겠다’며 함께 웃었다”며 “올 10월엔 동생을 추모하는 작은 음악회를 열어 그 수익금을 병원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앞으로 매년 2월 ‘진원과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 명의로 계속 기부하며 동생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도 했다. 스무 살 때 호주에 정착했던 동생 진원씨는 호주·유럽·일본 등 각국 친구들과 가족처럼 지냈다고 한다. 진원씨가 세상을 떠난 뒤 한국·호주에서 두 번의 장례를 치렀고, 호주 골드코스트 브로드비치 해변에서 열린 장례식엔 친구 100여 명이 모여 진원씨를 배웅했다.

미국에서 사업가로 활동하는 배병준씨의 경우, 연세대 간호대 1회 졸업생이자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이규희씨 명의로 2024년부터 매년 10만달러를 기부하고 있다. 아내를 기리며 설립한 자선재단을 통해 기부했고, 간호대엔 ‘이규희 장학금’이 만들어졌다.

2014년 26억원 상당의 재산을 기부했던 김모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4년 별세하면서 조의금이 발전 기금으로 기부되도록 했다. 기업인이자 독지가 김건철씨는 생전 약 100억원을 기부했고, 2022년 별세 이후 가족들이 그를 추모하며 현재까지 40여 억원을 또 기부했다. 기부는 그의 호를 딴 동곡사람세움기금 신설, 동곡의학교육원 등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뿐만 아니다. 어린 자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매달 자녀 이름으로 3만원씩 기부하는 부모도 있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학생 장학금, 의료진 연구 지원, 암병원·어린이병원 등 전문 진료 시설 확충, 장비 도입 등 의료 환경 전반을 개선하는 데 쓰인다.

김진아 연세의료원 발전기금사무국장은 “과거엔 생전 기부가 대다수였다면 이제 ‘죽음 앞에 가장 아름다운 애도’라고도 불리는 사후 기부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안준용 기자 jah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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