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정권 총동원 ‘박상용 사냥’, 그래도 없는 죄는 못 만든다

dalmasian 2026. 7. 23. 10:11

[김창균 칼럼]  2026.07.22.

대통령 최대 걱정 대북 송금
검사의 불법 수사 입증해야
공소취소 명분 만들 수 있어

朴 검사 죽이기 매달렸지만
처벌할 근거 찾지 못하고
정권 무리수만 속속 드러나

                   김창균 주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규정 위반을 이유로 정직 2개월 징계가 청구된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13일 감찰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권은 그를 윤석열, 한동훈 뒤를 잇는 정치 검사로 덧칠하려 했다. 그러나 박상용 검사는 정치인 잡는 특수부에 한 번도 몸담은 적이 없다. 수원지검 여성아동조사부에서 일하다가 2022년 7월 형사부로 옮긴 직후 운명적으로 쌍방울 수사를 맡게 된다. 특수부 수사관이 쌍방울과 내통한 혐의가 드러나 형사부가 투입된 것이다. 쌍방울 법인카드를 뒤지다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게 불법 자금을 전달한 사실을 발견한다. 처음부터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한 게 아니다. 불법을 추적해 가다 보니 어느 순간 이 지사를 맞닥뜨렸을 뿐이다.

박 검사는 검찰총장, 법무장관 같은 고위직도 아니다. 2012년 검사 생활을 시작한 15년차, 지방검찰청 부부장이다. 박 검사 이름이 언론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 1년도 안 됐다. 작년 9월 17일 법무부가 “수원지검 박상용 검사가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김성태 쌍방울 회장에게 제공한 연어회 식사 때 소주도 오갔다”고 발표한 게 시작이었다. 9월 23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박 검사에게 “연어회 술자리에서 진술 조작 세미나를 했느냐”고 묻는다. 박 검사가 부인하자 “뻔뻔하게 거짓말한다. 아직도 윤석열 정권인 줄 아느냐”고 윽박질렀다.

대통령을 재판에서 해방시키려면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 검사에게 조작 기소 혐의를 씌워야 했다. 정권 전체가 ‘박상용 사냥’에 나섰다. 서울고검은 지난 연말 연초 세 차례 박 검사를 소환 조사했다. 공수처는 3월 26일 박 검사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국회 법사위는 4월 6일 박 검사를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특검은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실이 대북 송금사건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서울고검에 사건 이첩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박 검사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를 청구했고 법무부는 징계를 의결할 때까지 직무정지를 명령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당장 박상용을 구속 수사하라”고 아우성쳤다.

정권이 이 정도로 몰아치면 며칠 내로 쇠고랑을 차곤 했다. 당사자는 겁먹게 마련이다. 박 검사는 쫄지 않았다. 검찰 내부 전산망에 글을 올려 “서울고검은 왜 나를 불러놓고 술 파티에 대해 묻지 않는가. 제대로 조사하고 결론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국회에 출석해서는 “공소취소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며 선서를 거부했고 “공소취소 않겠다는 약속만 하면 당장 선서하겠다”고 했다. 박 검사는 공소취소 토론회에서 “이 싸움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 징계를 맞아도, 법정에 서도, 특검에 기소돼도”라고 했다.

정권 공세는 요란한 빈수레였다. 징계도 수사도 엄포만 놓고 진전이 없었다. 수사를 시작했다는데 소환 통보는 없었다. 처벌 근거를 못 찾은 거다. 마구잡이로 휘두른 철퇴가 정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방용철 전 쌍방울 회장은 4월 14일 국정조사에서 “북한 리호남에게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으로 70만달러를 줬다”고 증언했다. 서영교 위원장이 “위증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고 협박했지만 진술을 거두지 않았다. 4월 28일 국정조사에선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분명히 말하지만 (수원지검에서) 술 마신 적 없다”고 했다. 국회에서 원·투 스트레이트를 날리더니 결정타는 법원에서 터졌다. 6월 20일 수원지법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 중 4명이 “이화영 전 부지사가 수원지검에서 술을 제공받은 사실이 없다”는 의견을 냈고,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이 전 부지사에게 연어회 술파티 위증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거짓으로 쌓아 올리던 공소취소 모래성이 맥없이 무너졌다.

박 검사에게 “정권이 으르렁대는데 무섭지 않더냐”고 물었다. 그는 “아무리 꼽아 봐도 감옥에 갈 일은 한 적이 없더라”면서 “우리 시스템이 없는 죄를 만들 정도로 타락하지는 않았다고 믿었다”고 했다. 홍승욱 전 수원지검장은 “박 검사에게 담당도 아닌 일을 맡겨 고초를 겪게 하는구나 미안했는데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고 ‘내가 제대로 사람을 골랐구나’ 싶었다”고 했다.

박 검사는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설이 나오자 “제 언행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제 진의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면서 “정치 안 할 것”이라고 했다. “검사로서 존경받던 선배들이 정치권에 들어가 좀비로 변하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고도 했다. 그의 다짐을 응원한다. 그러나 천직으로 여겼던 검사 생활을 타의로 그만두게 되는 현실이 그를 내버려 둘 것인가.

김창균 주필 ck-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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