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2026.07.25.

소모전은 인력과 물자를 지속적으로 투입해도 좀처럼 끝나지 않는 전쟁 형태를 말한다. 어느 전쟁이든 소모전 단계에 진입하면 끔찍한 상황이 발생한다. 전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상대의 힘을 소진시키려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흔히 ‘목숨을 갈아넣는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게 1차대전의 참호전이다. 기관총으로 방어하는 적의 진지를 향해 소총을 들고 돌격하는 지리한 공방전이 수년간 계속됐다.
4년이 넘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형적인 소모전 양상이다. 러시아는 원래 키이우로 신속하게 진격해 젤렌스키 정권을 무너뜨리는 기동전을 계획했다. 하지만 군의 역량이 모자랐다. 지상군은 지휘통제와 합동작전에서 심각한 결함을 드러냈고, 공군은 압도적인 전력에도 불구하고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소련식 군사문화의 경직성에서 비롯된 구조적 약점’이라고 평가했다.
전쟁이 만 2년을 넘기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힘을 소진시키는 ‘국가파괴 전략’으로 전환한다. 드론 생산량을 하루 1000대까지 늘리고, 탄도미사일과 섞어 핵심 기반시설을 타격했다. 겨울을 앞두고 발전소를 집중적으로 파괴해 국민의 사기를 꺾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전략은 더 매서웠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전 국방부장관의 작전계획은 ‘러시아군 사상자 1㎢당 200명, 월 5만명’이라는 목표에서 시작한다.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으로 ‘사냥’에 나서 기업이 경영성과를 측정하듯 순차적으로 목표를 달성했다. 동시에 후방을 타격해 러시아 국민의 전쟁지속 의지를 꺾는 전략을 병행했다. 그 결과 영토와 인구가 턱없이 작은데도 소모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우리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이란전쟁도 결국 소모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하는 이란의 전략에 우왕좌왕이다. 이란의 목표는 이기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다. 그들이 만든 ‘소모전의 덫’에서 트럼프가 언제, 어떻게 벗어날지 의문이다.
고승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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