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2026.07.25.

신상목 종교국 부국장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저마다 다양한 휴가 방식이 있을 테지만 최근 트렌드 중 하나는 크루즈여행을 꼽을 수 있다. 이동과 숙박, 식사, 관광, 휴식을 하나로 결합한 여행 방식이라는 점에서 가족 단위나 은퇴한 중장년, 부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최근엔 선상 파티나 미식 체험, 매일 변화하는 풍경 등 크루즈여행만의 특징이 MZ세대에게도 관심을 끌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크루즈여행은 비행기로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해 여러 곳을 다니는 방식보다 항해 과정 자체를 즐기고 여유를 가지고 여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크루즈여행은 여행의 최종 단계 또는 여행의 졸업식으로 불린다. 실제로 유튜브를 찾아보면 국내외 대형급 크루즈 선박의 엄청난 규모와 편리성, 다채로움에 압도된다. 여기엔 ‘환상’ ‘궁극’ ‘럭셔리’라는 홍보성 문구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크루즈여행은 티켓 한 장으로 여행의 모든 것을 해결한다. 잠든 사이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고 원하면 기항지를 관광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 안에서 온전한 쉼을 누릴 수 있다. 크루즈에서는 굳이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바다를 바라보고 커피 한 잔 마시고 갑판을 걸으며 아침햇살과 노을을 즐긴다. 다채로운 공연과 문화 프로그램, 다양한 식사와 승무원들의 세심한 서비스까지 더해진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시스템은 여행객들에게 부족함 없는 만족을 선사한다.
이렇게 모든 게 가능한 크루즈여행은 마치 천국을 경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행 관련 블로그 제목에도 ‘천국’ ‘럭셔리 크루즈여행’의 조합이 많다. 세속적으로 표현하자면 천국이란 마치 구원이라는 티켓을 얻은 대가로 누리는 올 인클루시브 시스템 같아 보인다. 성경에도 천국을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않는”(계 21:4) 곳으로 묘사하지 않는가.
크루즈여행이 보여주는 풍성함과 자유, 무한 편리함 등은 고통 없는 천국과 일면 닮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직 크루즈여행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되면 크루즈 선박을 타고 싶다. 천국의 한 속성을 미리 맛볼 수 있을 것 같아 말이다.
하지만 천국과 크루즈여행은 근본적 차이들이 존재한다. 본질적인 차이는 관계에 있다. 크루즈여행의 주인공은 승객 자신이다. 승객은 돈을 지불하고 승무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철저히 소비한다. 반면 기독교가 말하는 천국은 나의 만족을 소비하는 곳이 아니다. 그곳은 창조주 하나님과 완전한 사랑의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간다는 점에서 무한한 안정과 신뢰, 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계 21:3~4)
초호화 크루즈여행이라도 몇 달, 몇 년을 배 안에서만 있을 수 없다. 여행을 마치면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반면 천국에는 하선의 날이 없다. 그곳은 잠시 머물다 떠나는 휴양지가 아니라 영원히 거할 우리의 본향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땅에서의 삶은 잠시 스쳐 지나가는 나그넷길일 뿐이다.
크루즈여행 티켓을 구입하면 바로 배를 타야 한다. 그러나 기독교의 천국은 구원을 얻었다고 해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수년 또는 수십 년을 더 이 지구상에 머물러야 한다. 이들은 구원을 얻은 천국 백성에게 주어진 목적 있는 삶을 살아간다. 천국 백성은 나그네로 살면서 성숙한 수준의 신앙을 추구한다. 이들은 세상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으며 고난에도 절망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신자의 책임을 다한다.
크루즈여행을 꿈꾸거나 혹은 멋진 휴가를 즐기고 있다면 그 안락함 너머를 한 번쯤 바라보자. 이생에서 누리는 궁극의 휴식 속에서도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영혼의 빈자리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영원한 나라가 필요하다는 증거다.
신상목 종교국 부국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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