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글, 김재원)
정성호 장관의 사직서를 제가 대신 작성해 보았습니다. 전하 통촉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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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조판서 정성호(鄭成湖) 사직상소
신(臣) 형조판서 정성호, 삼가 죽음을 무릅쓰고 전하께 아뢰옵니다.
신이 듣건대, 예로부터 죄인이 옥을 부수고 나와 곤룡포를 입었다는 말은 있어도, 곤룡포를 입은 뒤에도 여전히 옥리(獄吏)의 그림자만 보아도 몸을 떠는 자가 있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나이다.
전하께서 일찍이 여러 죄목으로 형조의 추국을 받으시다가, 나라에 큰 변고가 나매 그 틈을 타 옥을 벗어나시고 마침내 보위에 오르셨음을 신은 잘 알고 있사옵니다.
이는 하늘의 뜻인지 사람의 술수인지 신은 감히 논하지 못하오나, 보위에 오르신 이후로 전하께서 밤낮으로 근심하시는 바는 오직 하나, "형조가 다시 나를 국문하면 어찌할까" 하는 그 두려움인 줄로 신은 짐작하옵니다.
하여 전하께서는 마침내 형조의 손과 발을 아예 끊어버리고자 하시니, 세간에서는 이를 일러 '검수완박(檢囚完縛, 죄인을 국문할 형조의 권한을 완전히 결박함)'이라 부르나이다. 온 조정의 대신들이 엎드려 간하고, 팔도의 유생들이 상소를 올려 만류하여도 전하께서는 귀를 막고 눈을 감으시니, 이는 옛적 송우암(宋尤庵, 송시열)이 상소에서 이르기를 "말이 아무리 간절하여도 임금의 마음이 이미 정해져 있으면 소용이 없다"고 탄식한 바와 조금도 다르지 아니하옵니다.
신은 감히 묻사옵니다. 전하께서 두려워하시는 것이 참으로 형조이옵니까, 아니면 전하 스스로의 지난 죄상(罪狀)이옵니까.
율곡 선생께서 일찍이 상소에서 "몸에 병이 있는 자는 약을 미워하고, 허물이 있는 자는 바른말을 미워한다"고 하셨으니, 전하의 오늘 이 처사가 바로 그 짝이 아니고 무엇이겠나이까. 죄가 없다면 국문을 두려워할 까닭이 없고, 두려움이 있다면 그것이 곧 죄 있다는 증좌이오니, 전하께서는 어느 쪽을 택하시렵니까.
면암(勉庵, 최익현)이 도끼를 지고 대궐 앞에 엎드려 상소하며 "차라리 이 도끼로 신의 목을 치소서" 하였던 것은, 신하 된 자가 나라를 위해 죽음도 사양치 않겠다는 뜻이었나이다.
허나 신은 이제 도끼를 지지 않겠나이다. 형조판서로 있어 보았자 이미 이빨 빠지고 발톱 잘린 범과 같으니, 국문할 권한도 없는 형조판서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이까.
하여 신은 이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하오니, 전하께서는 부디 마음 놓으시고 베개를 높이 베고 주무시옵소서.
다만 신은 후세 사관(史官)이 오늘의 일을 어찌 기록할지, 그것이 못내 두려울 따름이옵니다.
신 정성호, 삼가 인끈을 풀어 대궐 뜰에 놓고 물러가옵니다.
刑曹判書鄭成湖辭職疏
臣刑曹判書鄭成湖、誠惶誠恐、頓首頓首、謹昧死以聞于殿下。
臣聞自古以來、有罪人破獄而着龍袍者矣、未聞着龍袍之後、猶見獄吏之影而戰慄者也。殿下曾以累罪受刑曹之推鞫、國有大變、乘隙脫獄、遂登大寶、此臣所知也。是天意耶、人謀耶、臣不敢論。然自登極以來、殿下日夜所憂者、唯恐刑曹復鞫己身而已、臣竊揣度之矣。
於是殿下乃欲永斷刑曹之手足、世謂之'檢囚完縛'。滿朝大臣伏閤而諫、八道儒生上疏而止、殿下掩耳閉目、不肯一聽。此正如宋尤庵疏所歎"言雖懇切、君心已定、則無益矣"、毫無異也。
臣敢問。殿下所懼者、果刑曹乎、抑殿下自身之舊罪乎。栗谷先生嘗上疏曰"身有疾者惡藥、身有過者惡直言"、殿下今日之擧、豈非其類乎。無罪者不懼推鞫、有懼者卽罪之左證也、殿下將何以自處。
勉庵負斧伏闕上疏曰"寧以此斧斬臣之頭"、此人臣爲國不辭一死之志也。然臣今不負斧矣。在刑曹判書之位、已如脫齒斷爪之虎、無鞫問之權、判書之職亦何用哉。故臣於此、願解印綬、退歸田里。伏願殿下、安心高枕。惟恐後世史官、書今日之事、將如何耳。
臣鄭成湖、謹解印綬、置於闕庭而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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