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간부가 떠나는 군대

dalmasian 2026. 7. 29. 14:48

(퍼온 글, 하랑)
병장의 월급이 200만 원을 넘어섰다. 십수 년 동안 국방예산 논쟁의 중심에 있던 문제가 마침내 채워졌을 때, 병영을 취재하던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성과를 비췄다. 그러나 같은 시각, 부대의 다른 한쪽에서는 정반대의 통계가 조용히 쌓이고 있었다. 정년을 채우지 않고 군복을 벗겠다는 간부의 수가 4년 만에 두 배로 늘었고, 하사 정원의 절반 이상이 빈자리로 남았다. 병사의 처우가 오른 만큼 간부의 자리가 비어가는 이 대칭은 사실 우연이 아니다. 오해를막기 위해 적자면, 지금 내 말은 병사 복지의 진전을 후퇴시키자는 말이 아니다. 다만 그 진전이 만들어낸 그림자, 즉 간부라는 계층이 겪고 있는 조용한 붕괴를 이제는 정면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간부 처우가 오랫동안 뒷전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이미 숫자의 문제다. 실제로 육군 부사관 획득률은 2020년 95퍼센트에서 2024년 42퍼센트로 반토막 났으며, 하사 정원 2만 9천 명 가운데 실제 복무 인원은 1만 4천 명, 보직률은 48퍼센트에 그친다. 또한 정년이 한참 남은 채로 군을 떠나겠다고 신청한 간부는 2021년 1,351명에서 2025년 2,869명으로 늘었고, 그 86퍼센트가 부사관과 위관급 장교다. 이는 특정 부대나 특정 세대의 불만이 아니라, 군 조직 전반을 관통하는 구조적 신호다. 국방부 자신도 이탈의 원인으로 일에 대한 가치 인식과 사회적 존중의 부재, 그에 상응하는 보상의 미흡을 꼽았다. 조직의 관리자가 인정한 문제를 조직 바깥의 여론이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봉급 인상 하나로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 본다. 왜냐하면 병사에게 필요한 것은 십수 개월의 의무 복무를 견딜 수 있게 하는 단기적 충격 완화였지만, 간부에게 필요한 것은 그와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5년, 10년의 인생을 걸 수 있는 조건, 즉 직업으로서의 지속가능성이다. 결국 우리가 이러한 차이를 놓치면 정책은 헛돌게 된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정부는 초급간부 보수를 추가로 인상하고, 병사 전용이던 자산 형성 적금을 간부에게도 열었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상사로 진급하면서 오히려 체력 검정 점수를 낮추거나 필수 교육을 미루어 진급을 피하려는 간부들이 나타나는 현실은, 돈으로 풀리지 않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급이 곧 다른 지역으로의 강제 이동을 뜻하고, 그 이동이 배우자의 실직과 자녀의 전학을 의미할 때, 봉급 몇십만 원의 인상은 그 손실을 상쇄하지 못하게 된다.

여기서 간부의 하루를 들여다보게 된다면 문제가 더 뚜렷해진다. 초급간부의 시간은 훈련과 지휘보다 당직과 행정에 더 많이 잠식된다. 당직은 계급이 낮을수록 몰리는 구조로 배분되고, 병력 관리와 문서 보고가 늘어난 자리에서 현장 지휘는 뒷전으로 밀린다. 결국 시간을 회복할 수 없는 조직은 결국 임금의 탄력성을 잃게 된다. 아무리 많은 돈을 얹어도, 잠식된 삶의 총량은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거의 문제가 겹친다. 관사는 낡고, 전출은 잦으며, 그 이동 비용은 온전히 간부 개인과 그 가족의 몫으로 전가되어 왔다. 이동을 전제로 설계된 조직이라면, 국가는 마땅히 그 이동의 비용을 제도로 흡수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간부는 매번 시장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손해를 계산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성별에 따라 문제가 또 다르다. 군의 양성평등 지표 가운데 일과 가정의 양립 여건은 다섯 개 영역 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고, 여군의 85퍼센트가 자녀 양육의 어려움 때문에 전역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하는 비율은 여군이 45.7퍼센트인 데 반해 남군은 9.5퍼센트에 그친다. 이는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제도를 쓰는 순간 감당해야 할 조직 내부의 시선과 진급 상의 불이익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병과 유형별 배치에서도 여군은 진급이 빠른 전투병과보다 행정과 특수병과에 몰려 있고, 지난 9년간 준장으로 진급한 714명 가운데 여군은 14명에 불과했다. 간부 집단을 하나의 균질한 덩어리로 놓고 처우를 논하는 순간, 이런 층위는 지워진다. 문제는 간부와 병사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간부라는 이름 안에서도 여러 겹으로 쌓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법은 단일한 정책 하나로는 완성되지 않는다고 본다. 우선 당직과 초과근무의 부담을 계급과 임무 강도에 맞게 정량화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소대와 중대 단위의 행정 업무를 실질적으로 줄이고, 지휘가 문서에 잠기지 않도록 보고 체계를 단순화해야 하며, 주거 지원은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복무 비용의 상환으로 다시 규정하고, 잦은 전출을 감당하는 이들에게 그만큼의 무게를 실어야 한다. 그리고 진급과 보직의 기회는 특정 병과나 특정 성별에 편중되지 않도록 재설계하고, 육아휴직을 택한 이들이 그로 인해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제도로 명시해야 하며, 이러한 모든 항목에 앞서, 인력이 부족한 부대에서는 어떤 배분의 규칙도 결국 한계에 부딪힌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유입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유지의 정책만 정교하게 다듬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정교하게 붓는 일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처방에도 예산은 유한하고, 정치적 우선순위는 매번 처우 개선안을 뒤로 미룰 명분을 찾아내기 마련이다. 실제로 당직비와 이사비, 훈련 급식비 증액안이 예산 심의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은 전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가 개혁을 미룰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초급간부란 최신 무기체계의 성능을 실제로 실현하게 하는 운영의 토대이며, 그 숙련은 예산으로 하루아침에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비어가는 하사의 자리와 진급을 피해 도는 중사의 셈법, 장교들의 이탈은 몇 해 뒤 전투력의 공백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오게 될 것이다. 병사의 월급이 올랐다는 뉴스에 박수를 보내는 사이, 그 옆에서 조용히 짐을 싸는 이들의 이유를 더 늦기 전에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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