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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되레 거품 키운다”…韓증시 ‘투기 실험장’ 비꼰 외신

dalmasian 2026. 8. 2. 19:41

2026.08.02.


'한국 증시의 호황이 극적으로 붕괴하고 있다'는 제목의 이코노미스트 기사. 이코노미스트 캡처
“AI가 약속한 부를 가장 먼저 맛본 나라가 부를 가장 먼저 빼앗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일지 모른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히는 한국이 주식 시장 급락의 후폭풍을 가장 먼저 겪을 수 있다는 외신의 경고가 나왔다. 최근 코스피 폭락이 ‘첫 번째 신호’가 될 수 있다면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일자(현지시간) 최신호에서 ‘한국의 주식시장 호황이 극적으로 붕괴하고 있다(South Korea’s stock-market boom is collapsing spectacularly)’라는 제목의 비즈니스 칼럼을 통해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급락 현상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정점에 근접했다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며 “주식시장 상승세에 푹 빠졌던 한국이 주가가 오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떨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배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증시가 앞으로 세계에서 벌어질 사태의 ‘전조(harbinger)’ 증상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을 두고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와 시장 투기(market speculation)의 극단을 결합한 거대한 실험장”이라고 직격했다. 국가 자본주의란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 주요 기업이나 산업을 소유 또는 통제하면서 경제를 운영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호황에 따른 개인 투자 열풍과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맞물려 거품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올해 4월 금융당국이 개별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했지만, 증시가 급락하자 대규모 반대매매와 계좌 폐쇄가 이어졌고, 결국 신규 ETF 출시를 중단시켰다고 소개했다.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가) 주식 시장을 부추겨 국민 사기를 북돋우려 했다”며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시장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던 정부가 사과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꼬집었다.

또 AI 데이터센터 투자 붐으로 가장 큰돈을 버는 기업은 미국 빅 테크가 아니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라고 평가했다. “두 회사가 내년에 각각 잉여현금흐름(FCF)을 2000억 달러(약 290조원) 이상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막대한 이익을 두고 벌어진 성과급 논란도 언급했다. “두 회사 반도체 부문 직원들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받는 데 합의했다. SK하이닉스 직원의 경우 올해 1인당 최대 50만 달러, 내년에는 8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골드만삭스 직원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총보수는 40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공급망의 한구석에 모든 이익이 집중되는 산업은 오래 지속할 수 없다”고 짚었다. AI 산업의 과실이 특정 기업이나 특정 단계에만 집중되면, 장기적으로 공급망 전체가 흔들리며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두 회사가 마주한 핵심 리스크(위험)로는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과 장기 공급 계약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반도체 고객사가 공급사(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맺은 계약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며 “AI 기업이 경기 침체기에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에서 이탈하려 할 경우, 장기 공급계약이 얼마나 견고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신드롬도 경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젠슨 황이 AI 생태계에 막대한 자금을 공급하며 시장을 떠받치고 있지만,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처럼 오히려 거품을 키우고 있다”며 “그가 많이 개입할수록 투자자는 더 불안해지고, 거품이 터질 때 충격도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달 30일 AI 반도체 랠리에 뒤늦게 뛰어든 한국 투자자의 피해를 집중 조명하며 “시장 기대에 못 미친 SK하이닉스 실적과 중국 반도체 기술 추격, 메모리 공급 과잉 우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 시행을 앞둔 차익 실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같은 날 “최근 코스피 하락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이라며 “AI 산업과 관련한 우려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AI가 주도하는 증시 호황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와 관련한 불안감은 전 세계 투자자의 공통점”이라고 덧붙였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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