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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넘쳐도 외로운 동탄… 싱글·혼술족 많아 정작 유흥가는 썰렁

dalmasian 2026. 8. 5. 10:44

2026.08.05.
[반도체 엘도라도 동탄] [下]

3일 오후 경기 화성시 반송동 북광장은 오가는 행인 하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동탄의 4대 번화가 중 한 곳이지만 배달 주문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배달 기사들만 거리에 앉아 있었다. 한 상인은 “억대 성과급을 받는다는 삼성 직원들을 보고 가게를 차렸는데 동료나 이웃끼리 어울리는 문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지호 기자

경기 화성시 동탄에는 2001년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 뒤로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최근 AI 붐과 반도체 호황 덕에 동탄은 전국에서 가장 젊은 부자 도시로 발돋움했다. 반면 도시의 그늘도 함께 짙어졌다. 2026년 기준 동탄 주민의 음주율은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도시는 크게 팽창했지만 유흥가 등 골목 상권은 점점 위축되고 있었다.

지난달 12일 밤, 화성시 반송동 북광장. 이곳은 남광장·동탄역·호수공원과 함께 식당과 유흥업소가 밀집한 동탄의 4대 번화가 중 하나다. 하지만 오후 9시 무렵 찾은 거리에는 적막감이 돌았다. 거리는 손님을 유치하려는 호객꾼 네댓 명이 모여 잡담을 나눌 뿐 행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리운전 기사 10여 명은 거리 벤치에 모여앉아 담배를 피워 댔다.

북광장에서 10년째 노점을 하는 김영선(64)씨는 “억대 성과급을 받는다는 삼성 직원들이 돈을 쓰면 숨통이 트일 줄 알았는데, 밤 10시만 되면 거짓말처럼 인적이 뚝 끊긴다”며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수원 인계동에서 장사를 하다 이곳으로 가게를 옮겼다는 맥주집 사장 이종혁(44)씨는 “동탄 상권이 뜰 것으로 기대하고 왔지만 매상은 기존의 반 토막 수준”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픽=백형선

“회식은 옛말, 집에서 혼술”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 다니는 양호찬(45)씨는 “회사 동료끼리 옛날처럼 늦게까지 회식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직원 상당수는 퇴근하면 집으로 향한다고 했다. 동탄에 사는 직장인 이택성(32)씨는 “어쩌다 회식을 하더라도 간단히 1차로 끝내고 일찍 귀가한다”며 “대신 백화점에서 위스키나 와인을 사 가 집에서 ‘혼술’을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동탄으로 이주한 김모(37)씨도 “동네에 아는 사람이 없어 밖에서 술을 마실 이유가 없다”고 했다.

동탄 주민들이 술을 적게 마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국에서 술을 가장 자주 마시는 지역으로 꼽힌다. 질병관리청의 조사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신 사람의 비율인 동탄의 ‘월간 음주율’은 63.4%(2025년 기준)이다. 전국 274개 조사 지역 중 1위다.

술을 가장 자주 마시지만 집 밖에서 함께 마시지 않는 동탄 음주 문화는 골목 상권에 직격탄이 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분석 결과, 동탄 북광장 일대 요리주점은 1년 새 93곳에서 84곳으로 9.7%(9곳)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탄 주요 번화가 인근에 있는 센트럴폴리스 상가 공실률은 2024년 2분기 0.3%에서 올해 2분기 6.4%로 증가했다.

대규모 재개발로 신도시가 들어서며 동탄에는 일자리를 찾아 30·40대 인구가 유입됐다. 그런데 화성시의 지난해 조사를 보면 동탄 등 화성 동부 주민 10명 중 4명(40.9%)은 “태어난 곳이 아니라서 고향 같지 않다”고 답했다. 화성시의 1인 가구는 2020년 9만1164가구에서 지난해 12만8844가구로 5년 새 41.3%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1인 가구 증가율(24.1%)을 1.7배 웃도는 수치다. 도시 전문가들은 정주(定住) 의식이 희박한 상황에서 1인 가구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동탄은 점점 ‘외로운 도시’가 돼가는 것 같다고 진단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동탄 주민의 ‘우울감 경험률’은 작년 6.5%에서 올해 8.9%로 2.4%포인트 상승했다. 우울감 경험률 상승 폭 기준으로 보면 조사 대상 전국 275곳 중 25위에 해당한다.

갈등은 대화 대신 소송으로

​동탄에선 이웃 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동탄 지역 경찰서 관계자는 “동탄은 외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이들이 많아서인지 갈등이 생기면 112에 신고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1~6월) 화성동탄경찰서에 접수된 112 신고는 하루 평균 237건(총 4만2968건)이었다.

지난해 9월 동탄의 한 아파트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던 주민 A씨는 얼굴 한 번 못 본 아래층 주민에게서 소송을 당했다. A씨는 공사를 하다가 안방 욕조 배수관이 막힌 것을 발견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랫집 천장 점검구를 열어야 했다. A씨는 아랫집을 수차례 찾아갔지만 사람을 만날 수 없자 현관에 “점검을 부탁드린다”는 쪽지를 남겼다.

닷새 동안 답이 없자 A씨는 “번거롭게 해드려 사과드린다”는 메모를 붙여 놨다. 그런데 얼마 뒤 아랫집 주인이 A씨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 때문에 불안감을 느꼈다는 주장이었다. 동탄 지역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 지역에서 이웃 간 신뢰가 얼마나 없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아이들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화성동탄서에 접수된 학교폭력 112 신고는 408건으로, 4년 전(96건)의 4.3배로 증가했다.

동탄에서는 가족이나 연인 간에 벌어지는 관계성 범죄도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화성동탄경찰서에 접수된 가정폭력·아동학대·스토킹·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 신고는 2021년 3519건에서 지난해 5797건으로 4년 새 64.7%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증가율(50.3%)을 14.4%포인트나 웃돈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동탄은 일자리라는 실용적 목적을 앞세워 급격히 형성된 공간이라 주민 간 연대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관계성 범죄 증가세는 주민간 단절이 앞으로 더 심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위험 신호인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했다.

김명진 기자 cccv@chosun.com
이나윤 기자 m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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