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주가가 오르는데 뭐가 문제냐고?

dalmasian 2026. 2. 2. 01:55

[현장의 시각] 2026.01.28.
과거 많은 정부가 주가 상승을 약속했지만 이재명 정부만큼 선명하고 노골적으로 증시 활성화를 외친 사례는 없었다. 그동안 이 대통령이 보여준 저돌적인 정책 추진력을 감안하면 코스피 5000포인트 달성은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취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정책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기쁘지 않은 사람들은 주식을 사 두지 않은 이들뿐인 것 같다. 파티를 즐기는 개미들은 묻는다. 주가가 오르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주식 투자가 가계의 자산 형성으로 이어지고 그 돈이 다시 경제의 마중물이 된다면, 이보다 완벽한 선순환이 어디 있느냐는 항변이다.

우선 주가는 무한정 오를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수급 기반이 약한 신흥국 증시가 상승하기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식은 투자의 대상이지, 주식 그 자체를 갖기 위해 주식을 사는 사람은 없다. 일정 수익을 내면 주식 매도 물량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주가가 오르려면 새로운 투자자가 기꺼이 높은 가격을 치르고 해당 주식을 살 때에만 유지된다. 주가가 올라도 새로운 투자자가 계속 주식을 사려면 최소 세가지 굳은 믿음이 받쳐줘야 한다. 상장사 실적이 꾸준히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 증시에 막대한 자금이 계속 유입될 것이라는 믿음, 위험자산(주식)에 투자할 심리를 위축시키지 않을 안정적인 대내외 정치경제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 주가는 계속 오르게 된다.

문제는 이 믿음이 언제 깨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이 믿음이 깨지는 순간 얼마나 큰 조정이 올지도 가늠할 수 없다. 정부는 정책을 총 동원해 주가를 끌어올릴 수는 있었지만, 이 믿음을 깨지는 시점과 주가 조정 속도는 통제할 수 없다.

게다가 정책의 힘으로 끌어올린 주가는 성장할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가리는 판단력조차 흐리게 만들고 있다. 주식시장은 단순히 수익을 좇는 투자자의 공간이 아니라 성장을 위해 자본을 조달하는 창구다. ‘무지성 투자’가 팽배한 시장 분위기가 양산할 부작용은 클 수밖에 없다.

주가지수가 우리 경제 온도를 반영하기보다 정책 성과지표가 돼버린 상황도 결국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꿈의 숫자인것 같았던 코스피 5000을 달성한 뒤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는 코스닥 3000포인트 달성을 새로운 정책 목표로 삼았다. 코스피 5000, 코스닥 3000은 정치적 메시지를 선명하게 내기 위한 수사적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가가 오르면서 당정의 정책 추진 의지와 실행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우리 증시의 만성적인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고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당초 정책 의도는 점점 설자리를 잃고,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주가 달성이 유일한 정책 목표가 된 모습이다.

담당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목표 지수에 매몰되는 상황을 미리 경계하는 ‘척’이라도 했다. 지난해 말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 발표 전 백브리핑에서 금융위는 “우리가 마련한 건 활성화 정책이 아니다. 신뢰와 혁신 제고 방안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시장을 인위적으로 부양했을 때 닥쳐올 뒷감당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 생리를 가장 잘 아는 관료들의 본능적인 회피였다. 하지만 그들의 ‘방어적 수사’가 무색하게도, 시장은 이미 정책이라는 마약에 취해 펀더멘털을 잊은 지 오래다.

정부는 지금 개미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정책의 힘으로 부풀린 숫자가 임계점을 넘어 무너지는 순간, 그 파열음의 책임은 온전히 당정의 몫이다. 증시 활성화를 명목으로 투기적 행동을 방임하고 증폭시킨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연선옥 기자 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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