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2026.04.02.

김종민 전 도로공사 감독과 이상재 한국도로공사 사장 직무대행(오른쪽)이 정규리그 우승 시상식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KOVO 제공

한국도로공사 선수단이 1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패한 뒤 고개를 숙이고 퇴장하고 있다. KOVO
‘한국도로공사가 싱크홀에 빠졌다.’
프로스포츠 구단의 의사결정은 조직의 철학과 책임, 그리고 팬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다. 이런 점에서 최근 여자 프로배구 V리그 정규리그 우승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선택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챔피언결정전을 눈앞에 둔 시점, 10년간 팀을 이끌어 온 김종민 감독과의 재계약 불가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도로공사는 1일 챔프 1차전에서 김영래 수석 코치 체제로 나섰다.
결과는 뻔했다. 도로공사는 정규리그의 강력함을 잃은 채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했다. 선수들은 갈피를 잃은 채 우왕좌왕했고,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배구장을 찾은 도로공사의 홈, 경북 김천의 팬들은 실망감만 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국도로공사 선수단이 1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패한 뒤 인사하고 있다. KOVO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구단이 사령탑 없이 챔프전에 돌입하는 초유의 상황이다. 프로 구단 운영에서 ‘임시, 대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무대가 바로 챔프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결정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알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재계약 불가’라는 단어가 사용됐지만, 시기와 맥락을 고려하면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 구단의 의사결정 배경으로는 지난해 불거진 코치 폭행 혐의가 있다. 김 감독은 구단 숙소에서 A코치에게 물리적 위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피소됐고, 현재까지 법적 판단과 한국배구연맹의 징계 역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물론 지도자의 품위와 윤리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도로공사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에도 명확한 입장 표명이나 선제적 조치 없이 사실상 관망으로 일관했다. 조직 내부에서 발생한 중대한 사안이었지만, 감독 개인의 일탈로 치부했다. 문제 해결보다는 책임 회피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러 ‘꼬리 자르기’식 결정을 내렸다.

한국도로공사와 GS칼텍스의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열린 경북 김천체육관 전경. KOVO 제공
프로구단은 하나의 기업이지만 동시에 공공성을 지닌 스포츠 조직이다. 특히 지역 연고를 두고 있는 프로 구단은 단순한 승패를 넘어 팬과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존재다. 더욱이 도로공사의 안방은 경북 김천이다. 한국도로공사의 본사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 역시 개인에게만 전가할 것이 아니라 조직 차원의 책임으로 접근해야 한다. 해당 상황을 관리하고 통제하지 못한 구단 수뇌부, 구단주와 경영진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성적이 아닌 논란을 이유로 내린 재계약 불가 결정이라면 더욱 그 과정은 투명하고 일관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그 어떤 기준도, 철학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선택처럼 보일 뿐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팬에 대한 배려의 부재다. 프로스포츠의 존재 이유는 결국 팬이다. 긴 시즌을 함께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만들어낸 팀이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순간, 팬들은 그 결실을 기대한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그 기대를 싱크홀에 빠트렸다. 챔프전 직전 감독 공석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을 초래하며, 가장 중요한 무대의 가치를 훼손했다. 이는 단순한 운영 미숙을 넘어 팬에 대한 책임 소홀이다.

이상재 한국도로공사 사장 직무대행이 정규리그 우승 시상식에서 소감을 전하고 있다. KOVO 제공

이상재 한국도로공사 사장 직무대행이 지난해 10월25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2025~2026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홈 개막전에 참석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KOVO 제공
본사의 상황과 비슷하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월 함진규 전 사장 임기 종료 이후 현재까지 공석이다. 최근에야 신임 사장 공모에 착수했다. 현재 이상재 한국도로공사 사장 직무대행 체제다. 리더십 공백, 고스란히 배구단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김 감독의 재계약 여부가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구단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책임을 다했는지,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팬을 고려했는지 등이 핵심이다. 도로공사는 문제 발생 초기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초유의 결단을 내렸다. 그 결과는 리더십 공백과 신뢰 상실이다.

챔프전을 앞두고 사령탑이 공석이 된 도로공사는 1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챔프전 1차전에서 김영래 수석 코치 체제로 경기를 치렀다. KOVO제공
프로구단이라면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프로다워야 한다. 책임질 때 책임지고, 설명할 때 설명하며, 팬 앞에 당당해야 한다. 지금의 도로공사에는 그 기본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결정이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구단 운영 전반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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