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4.

3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건설 현장에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지호 기자
3일 오전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한 공사장. 지상 8층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이다. 그런데 이곳 주변은 ‘주민 모르게 허가한 데이터센터 당장 해결하라’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으로 뒤덮여 있었다. 데이터센터가 몰려 있는 경기도 고양시에서도 주민들이 ‘데이터센터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데이터센터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데이터센터가 수도권 지역 일각에서 ‘혐오 시설’ 취급을 당하고 있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데이터센터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런 온도 차이는 6월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더 극명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학습·처리하는 핵심 기반 시설이다. 데이터센터 규모가 곧 AI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각국 정부도 앞다퉈 구축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래픽=박상훈
한국도 AI 데이터센터 확보에 적극적이다. 한국전력이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데이터센터는 161곳이다. 향후 추가로 지어질 데이터센터는 178곳이다. 그런데 전국 데이터센터 161곳 중 101곳(63%)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있다. 데이터센터 입지와 관련해 기업들은 비수도권보다 수도권 지역을 선호해 지역 사회 분위기와 불일치하는 현상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문제로 떠올랐다.
경기 고양에서는 일산동구 문봉동, 사리현동, 식사동에 각각 지상 3~4층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주민 반발이 거세다. 식사동에 사는 A(49)씨는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바로 옆에 데이터센터가 생긴다는데 24시간 전력이 가동되면 열섬 효과, 소음, 전자파를 비롯해 나쁜 영향이 발생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고양특례시장 예비 후보들도 “데이터센터 백지화를 반드시 해내겠다”고 공약을 내거는 등 주민 반대에 가세했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 후보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데이터센터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의 김석붕 당진시장 예비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의 박대조 양산시장 예비 후보는 “노후 산업 단지를 첨단 AI 인프라 거점으로 전환하겠다”며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도 세종시장 출마선언을 하며 “소버린 AI 데이터센터를 세종시에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자동화 시설이라 운영 단계에서 직접 고용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건설 단계에서는 일반 건축물보다 공사 난도가 높고 설비 비중이 커 대규모 인력이 투입된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세수 확보를 기대할 수 있고, 데이터센터를 여러 IT 기업을 끌어들이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경남 진주에 사는 B(68)씨는 “지방에선 전자파나 화재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데이터센터 유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크다”며 “지방 소멸을 막고 지역 경제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수도권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관련 인프라와 전문 인력이 주로 수도권에 모여 있다 보니 데이터센터 운영 주체인 빅테크 입장에서는 선뜻 비수도권 지역에 투자하는 걸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송준화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KDCEA) 사무국장은 “전력 공급망이나 네트워크 회선망 등 수도권이 더 우수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빅테크는 수도권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장애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유지·보수 업체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고 했다.
실제로 2022년 전남 해남 솔라시도는 미국계 한 투자사와 2조6000억원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투자 협약을 맺었지만 전력 계통이 불안정하고 변전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반면 수도권 지역에 건설하자니 일부 지역 주민과 정치권의 반대가 장애물이 되고 있다. 권재원 아주대 교수는 “비수도권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제대로 유치하려면 치밀한 토지 개발 계획과 함께 빅테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처리하는 서버 수만 대를 집적한 시설이다.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확산과 함께 급성장했으며, 인공지능(AI)의 학습·연산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김혜민 기자 hmmm@chosun.com
김민혁 기자 gim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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