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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은 민주당勢"…한국에만 있는 외국인 참정권, 점점 늘어나는데

dalmasian 2026. 4. 4. 17:53

2026.04.04.
"지방자치 근간 흔들릴 수도" vs "폐쇄적 민족주의 완화 방안"

중국 동포 밀집 거주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중앙시장 일대.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민주당 세(勢)가 강한 건 사실이에요. 어찌 보면 이들이 이곳에 정착할 수 있었던 계기가 민주당 덕분이니까요."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에서 12년째 안경 장사를 이어오고 있는 A씨는 동네 사정을 이같이 말했다. 대림2동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동 주민(1만1468명) 가운데 등록 외국인 비율이 약 52%(6000명)에 달하는 '외국인 밀집 지역'이다. 지난 3월 24일 오후 대림동 대림중앙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중국에서 아침식사 대용으로 많이 먹는 '요우탸오(꽈배기빵)'의 고소한 냄새와 함께 중국어로 손님을 끄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상인 A씨는 "중국에서 건너온 동포들이 자리 잡으며 한국인 대부분은 외부로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영주권(F-5)을 취득한 18세 이상 외국인은 3년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경우 시장·군수·구청장 등을 뽑는 지방선거에 한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림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외국인 지방참정권' 때문이다. 대선이나 총선보다 관심이 덜해 불과 몇백 표 차로 당락이 좌우되는 지방선거에서 외국인 밀집 지역은 표심의 '변수' 중 하나다.


'외국인 표심'은 유효하다?

그러나 외국인 참정권 이슈가 불거지면서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들은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모양새다. 2022년에 실시된 제8회 지방선거에서 전체 외국인 유권자(12만7623명) 중 78%(9만9969명)가 '중국인'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국적 편중에 대한 일반 유권자의 반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림동의 한 식료품점에서 만난 중국 국적 영주권자인 30대 여성 B씨는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자세히 찾아보지는 않는다"며 "장사하고 먹고살기 바빠 정치까지 신경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당 선호를 묻는 질문에도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은 없다"고 답변했다. 중국 출신으로 귀화해 30년째 대림동에 살고 있다는 60대 여성 C씨는 "먹고살기 바빠서 실제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권이 계속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윤석열 정부 이후로는 뉴스를 거의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민선 대림중앙시장 상인회장은 "이곳에서는 정치보다는 비자 문제가 더 큰 관심사"라며 "굳이 분위기를 따지자면 민주당 쪽으로 기운다는 얘기가 있지만, 전체적인 표심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연희동 역시 대림2동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한성화교중고등학교가 자리해 대만 국적 화교(華僑)들이 집중 거주하고 있으며,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재학 중인 서울외국인학교(SFS)도 있어 정착 성격이 짙은 다문화 지역으로 평가된다. 서대문구의회 관계자는 "이 지역 외국인 주민들은 정착 기간이 길어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 타 지역 외국인에 비해 투표 의지도 있는 편"이라며 "이미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리 잡은 만큼 일반 주민 대상 유세에 포함되거나 문화 행사 참여 등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적 입장을 밝히기를 꺼리는 것은 대만 국적 화교들도 마찬가지였다. 한성화교협회 관계자는 "선거 시기"라는 이유를 들어 구체적 입장을 표명하기를 고사했다.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이 반드시 민주당 강세지역이란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개표 결과에 따르면, 지하철 2·7호선 대림역을 끼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에서는 구청장과 시의원 선거 모두 민주당 후보가 우세를 보였다. 선거인 수 1만2423명 가운데 5043명이 투표에 참여한 대림2동에서는 채현일 당시 민주당 구청장 후보가 2514표를 얻어 현 영등포구청장인 최호권 당시 국민의힘 후보(2448표)를 66표 차로 앞섰다. 시의원 선거에서도 유광상 당시 민주당 후보가 2508표를 기록하며 김지향 당시 국민의힘 후보(2428표)를 제쳤다.

반면 대림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7호선 남구로역 인근의 '중국동포 밀집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서는 표심이 엇갈렸다. 선거인 수 8748명 가운데 3074명이 투표한 가리봉동에서는 문헌일 당시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가 1587표를 얻어 박동웅 당시 민주당 후보(1418표)를 169표 차로 앞섰다. 시의원 선거에서도 박용순 당시 국민의힘 후보(1580표)가 박칠성 당시 민주당 후보(1396표)를 제쳤다. 인접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선택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들이 밀집 거주하는 안산시 단원구에서도 손관승 당시 국민의힘 경기도의원 후보가 916표를 얻어 이기환 당시 민주당 경기도의원 후보(894표)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일대는 지난해 대선 때 중국어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유세차가 돌아다녀 화제가 된 곳이다.

외국인 유권자, 해마다 늘어나

외국인 참정권이 허용되는 지방선거에서 특정 국가 국민들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외국인 참정권이 허용된 이후 첫 선거였던 2006년 지방선거 때 6726명에 불과한 외국인 유권자 수는 매년 늘어 2022년 지방선거 때 12만7623명으로 급증했다. 거의 20배 가까운 증가세다. 이 때문에 외국인 참정권 요건을 강화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논의가 제도 도입 직후부터 제기되진 않았다. 외국인 참정권은 노무현 정부 당시 17대 국회에서 재일동포 참정권 확보를 명분으로 관련 법이 제정되며 도입됐다. 일본에 거주하는 약 60만명의 재일동포에게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이 먼저 선거법을 개정하고 상호주의를 내세우자는 논리였다. 결국 일본은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계기로 외국인 참정권이 제도적으로 정착했다.

이후 21대 국회 시기 중국 국적자의 유입 증가와 함께, 지방선거 기간에만 입국해 투표하는 이른바 '원정 투표'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2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상호주의 도입과 함께 영주권 취득 후 5년 이상 거주 요건을 신설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2024년 9월 외국인투표권 부여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을 내놨다. 지난 2월 3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른바 '외국인 원정투표 금지법' 역시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은혜 의원은 주간조선에 "단순히 정당 간 유불리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방자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치러지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외국인 유권자 수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한국 교포들이 많이 거주하지만 지방선거 참정권을 부여하지 않는 미국·일본·중국 등과 비교해 한국만 상호주의 원칙에 어긋나게 외국인 참정권을 과도하게 허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적 정체성과 직결되는 선거권을 외국인에게 부여하는 것은 신중해야 할 사안"이라며 "외국인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권리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자치가 '풀뿌리 정치'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외국인의 지방 참정권은 일정 부분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인 참정권은 중앙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한마디로 '자신이 사는 동네의 쓰레기봉투 값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와 같은 생활 정치의 영역"이라며 "해당 지역에 정주하는 사람이라면 국적과 관계없이 선거권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리 사회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편"이라며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부여하고 그들의 시선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주경 기자 by_j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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