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9.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심판 청구 안내문이 놓여 있다. 2026.03.24 뉴시스
지난달 12일 재판소원제가 시행된 이후 약 한 달간 헌법재판소는 세 차례 사전 심사에서 총 358건 중 194건을 심리해 모두 각하했다. 이달 8일까지 접수된 사건 가운데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대법원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사실상 4심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지만, 이런 추세라면 기우(杞憂)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재판소원제는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지 헌재가 한 번 더 살펴보는 절차다. 이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더 강화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다만 제도가 오남용될 경우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판결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 많은 국민이 ‘소송 지옥’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반대 이유였다. 또 법에는 재판소원 청구 요건이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거나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했을 때’ 등으로 규정돼 있는데, 헌재가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다수의 판결을 뒤집으려 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헌재는 재판소원의 청구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세 차례의 심사에서 법원의 사실 인정이나 법리 오해, 단순한 재판 불복은 재판소원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소원은 대법 판결의 상급심인 ‘4심’이 아니므로 기준도 다르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로 유죄가 확정된 장영하 변호사, 유튜버 쯔양에게 돈을 뜯어낸 유튜버 구제역이 낸 재판소원도 이런 이유로 각하했다. 확정판결 이후 30일 이내로 정해진 청구 기간을 지켰는지, 항소·상고 등 법원에서 할 수 있는 절차를 다 밟았는지 등 형식적 요건도 엄밀하게 따졌다.
지금까지는 제도 오남용 소지가 별로 보이지 않지만, 아직 시행 초기여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헌재는 지금처럼 신중하고 절제된 기조를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 헌재와 대법원이 협의해 본안 심리 결과 판결 취소 결정이 나오는 사건에 대한 향후 재판 절차 등을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헌재와 대법원이 자존심 다툼을 하느라 끝없는 ‘사건 핑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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