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신수정]
2026.04.09.

신수정 산업2부장
요즘 장보기가 무섭다는 이들이 많다. 마트에서 특란 30구 한 판 가격은 7000원을 훌쩍 넘었다. 국내산보다 저렴해 인기를 끌었던 일부 수입 먹거리들은 고환율에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줄줄이 가격이 오르고 있다. 수입 고등어 한 손(2마리) 평균 소매 가격은 1만 원을 넘었고, 미국산 소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40%나 올랐다.
중동전쟁發 식탁 물가 비상
문제는 앞으로 식탁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고환율에 중동 전쟁이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까지 터지면서 먹거리 물가 상승 압력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2분기(4∼6월) 국제 곡물(밀, 옥수수, 콩, 쌀) 선물 가격지수가 전 분기보다 6.4%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우리나라 물가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있다.
고물가로 민생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뾰족한 정부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식탁 물가는 에너지 가격, 공급망의 안정성, 정부의 정책적 개입 등이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외부 충격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붕괴 같은 비상 상황에서 뛰는 물가를 잡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먹거리 물가는 국민 생활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외부 변수와 상관없이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유통구조 개선부터 서둘렀으면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도매 거래의 온라인 전환은 물가를 낮출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 농산물 가격에서 유통비용의 비율은 49.2%에 달한다. 소비자가 1000원을 주고 농산물을 샀을 때 생산 농가가 508원, 도매법인 등 유통업체들이 492원을 가져간다. 도매법인, 중도매인, 소매인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유통 단계는 중간 마진을 키워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킨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디지털 유통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다양한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도 이번 전쟁으로 다시 한번 느꼈다. 농사지을 때 꼭 필요한 비료 원료를 우리는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 이 중 40%가 중동산이다. 2021년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 이후 수입처를 다변화해 당시 65%에 달했던 중국산 비중을 줄이는 대신 중동산 비중을 늘려 왔다. 중국은 이번 전쟁으로 전 세계적인 요소 부족 현상이 나타나자 요소 반출을 중단시킨 상태다. 희토류에 이어 비료를 전략 자산화하며 글로벌 식량 공급망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비료 공급망 혼란이 비용 급등을 초래해 식량 안보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식량 대부분을 수입해 가공·소비하는 한국은 사전에 위험 품목을 파악해 가능한 한 많은 수입 대체선을 확보해 놔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20%대에 머물러 있는 곡물 자급률을 높이려는 구조적 변화도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인 식량 자급률로는 반복되는 글로벌 식량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가는 민생의 최전선, 총력 대응 필요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물가는 민생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실질소득이 줄어든 서민들은 마감 할인 시간에 맞춰 장을 보고, 점심값을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물가 관리는 단순한 경제 지표 관리가 아니라 국민의 생존권을 지키는 안보의 영역이다. 식량 안보 시대의 물가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 전쟁에서 지면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신수정 산업2부장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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