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정동영의 핑계를 듣고

dalmasian 2026. 4. 23. 16:21

(퍼온 글, 박주현)
정동영의 핑계를 듣고 있으면, 그 얄팍하고 교활한 화술에 헛웃음이 터진다.

자신의 입방정으로 터진 치명적인 한미 정보 유출 참사를, 고작 지명 하나 말한 게 무슨 대수냐는 식의 동네 지리 퀴즈 수준으로 깎아내리고 있다.

누가 구성이나 강선이라는 동네 이름 자체를 일급비밀이라고 했나. 그곳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는 썰이야 예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돌았던 열린 비밀이 맞다. 하지만 삼척동자도 다 아는 소문이라도, 그것이 국가의 공식 라인, 그것도 대북 정책을 총괄하는 현직 통일부 장관의 입을 통해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순간 그건 전혀 다른 차원의 파괴력을 갖는다.

지명을 아는 게 문제가 아니다. 그곳에 실제 핵 시설이 존재하는지, 어느 정도의 설비와 농축 능력이 갖춰져 있는지에 대한 최신 첩보를 국가 기관이 공식 인증해 버린 것이 문제다. 장관의 그 가벼운 입방정 탓에, 한미 정보 자산이 북한의 어느 곳을 어떤 수준으로 들여다보고 있는지 그 정보망의 한계와 출처가 고스란히 노출되어 버렸다. 첩보의 세계에서 이보다 치명적인 자해 행위가 또 어디 있는가.

본인은 달을 보라고 했는데 남들이 손가락만 본다며 억울해한다. 북핵의 심각성을 알리려 했다는 거창한 포장지를 씌운다. 착각하지 마라. 본인은 달을 가리킨 게 아니라, 첩보 자산이라는 숲 전체에 불을 질러버렸다. 불을 낸 방화범이, 왜 산불은 안 보고 내 손에 든 라이터만 보느냐고 호통을 치는 기막힌 적반하장이다.

이 코미디의 절정은 그다음 대목이다. 미국이 문제를 제기한 것을 두고,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든 우리 내부든 누군가 자신을 음해하려 한다는 음모론을 꺼내 들었다.

요즘 유행하는 과대망상인가. 자기가 무슨 대단한 글로벌 피스메이커라도 돼서, 미국 딥스테이트나 거대 카르텔이 조직적으로 자신을 제거하려 든다고 단단히 착각하는 모양이다. 제발 꿈에서 깨라. 당신은 제거해야 할 만큼 위협적인 거물이 아니라, 그냥 입이 가벼워서 정보기관의 기본 보안 수칙조차 지키지 못하는 무능한 관리일 뿐이다. 동맹국의 정보 자산에 치명적인 민폐를 끼쳐놓고 항의를 받으니, 자기가 거대한 음모의 희생양인 척 비련의 주인공 코스프레를 한다.

진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대화 국면으로 가고 싶다면, 여기서 애먼 국민과 언론을 향해 핏대를 세울 일이 아니다. 정보를 제한하려 드는 미국 정보국에 전화를 걸든 워싱턴으로 날아가든, 당당하게 미국을 들이받으며 따져야 정상 아닌가.

하지만 그는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진짜 힘을 가진 동맹국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만만한 국내 마이크 앞에서는 내가 달을 가리켰네 어쩌네 하며 피해자 행세를 한다. 겁쟁이의 전형적인 내수용 여포질이다.

생각보다 수습이 안 되니 지명 타령, 음모론 타령까지 끌어오며 온갖 방어막을 치지만 그 구차한 변명이 길어질수록, 그가 장관자리에 단 하루도 더 앉아 있어서는 안 될 위험하고 무능한 인물이라는 팩트만 더욱 투명하게 증명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