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2026.04.29.

1949년 창립된 독일의 아디다스는 1980년대 초반까지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압도적 브랜드 파워를 뽐냈다. ‘인간 기관차’ 에밀 자토펙, 무하마드 알리 등 아디다스화를 착용한 올림픽 스타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72년 미국의 나이키가 도전장을 내밀자 아디다스는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한 나이키 모델의 혜성같은 등장이 양사의 운명을 갈랐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었다.
84년 NBA에 데뷔한 조던이 당초 원했던 스폰서는 아디다스였다. 하지만 아디다스는 햇병아리 신인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반면, 나이키는 5년 250만 달러라는 거액의 계약금에다 그의 이름을 딴 별도의 브랜드까지 약속했다. ‘에어 조던’ 신화의 시작이었다. 아디다스는 땅을 쳐야 했다. 약 10년 후 나이키가 선택한 이가 훗날 골프 황제가 된 타이거 우즈다. 2005년 마스터스 최종일 16번홀에서 우즈의 칩샷이 신기한 궤적으로 휘다가 나이키 로고를 보여주며 홀컵에 떨어진 장면은 나이키에 역대 최고의 홍보효과를 안겼다. 아디다스에 1980년대~2000년대 초는 흑역사였다.
2010년대 들어 양사는 마라톤 슈즈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목표는 인간의 한계라는 ‘서브2(2시간 이내 완주)’. 나이키는 자사 슈즈를 신고 2016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와 2019년 도전에 나섰다. 최신 탄소섬유판이 접목된 ‘알파플라이’를 신은 킵초게는 1시간59분40초에 완주했다. 하지만 이벤트 대회라는 이유로 공식 기록에서 제외됐다.
절치부심한 아디다스가 역전타를 날렸다.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가 최근 열린 ‘2026 런던 마라톤’에서 아디다스의 97g짜리 초경량 ‘아디오스 프로 에보3’를 신고 1시간59분30초의 공인 ‘서브2’ 신기록을 작성했다. 역시 서브2를 기록한 2위 선수와 여자부 우승자도 같은 신발을 신어 아디다스를 웃음짓게 했다. 이에 나이키는 SNS에 “다시 시작이다(The clock has been reset)”며 각오를 다졌다. 선수·소비자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양사의 치열한 경쟁이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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