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1.

갱단, 강력범 등이 주로 수감되는 중남미 최대 교도소인 엘살바도르의 ‘테러범수용센터(CECOT)’엔 100㎡ 남짓한 감방 하나에 75~100명 정도가 모여 있다. 3.3㎡(평)당 수용 인원이 2.5~3명꼴이다. 삭발한 재소자들이 웃통을 벗고 다닥다닥 붙은 채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 SNS에서도 화제가 됐다. 르완다의 기타라마 교도소는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에 약 6000명의 수감자들이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과밀도를 자랑한다.
잡범 등 일반 재소자까지 포함하면 한국 교정 시설의 과밀화도 만만찮다. 전국 교도소·구치소 등 54곳의 수용 정원은 5만600여명이지만, 올초 현재 수감 인원은 6만3500명가량(수용률 약 125%)이다. 지난해 12월 수용률은 130%로 20년 새 가장 높았다. 교정 시설의 열악한 환경은 반세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1976년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주관한 ‘교정행정 실태’ 세미나 내용을 보면 당시 교도소 수용인원은 평당 4.5명꼴로 국제 기준(2명)의 2배 이상이고 일본(1.3명)의 3.5배, 미국(0.5명)보다는 9배나 많았다.
2022년 7월 사람 1명을 2㎡ 미만의 교도소·구치소 방에 가두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첫 대법원 판결로 몇몇 수감자들이 위자료를 받았다. 그러자 “사회에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는 반발이 있었다. 경기도 화성의 신축 여자 교도소 조감도 일부가 공개되자 “호화 리조트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범죄자에게 무슨 인권이냐”는 한국인의 정서는 예나 지금이나 강고해 보인다.
최근 교도소 현장 진단에 나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과밀수용 실태가 20년 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교도소에 처벌 외에 교화의 기능도 있다는 지적은 수긍할 만하다. 가석방 30% 확대, 징역형 대신 금전 제재 중심의 형벌 체제 개편 등 정부가 추진 중인 방안이 일리가 없지 않다. 다만 ‘유전무죄’ ‘유권무죄’가 되지 않도록 대안의 기준은 엄격해야 한다. 법치를 조롱하는 권력의 행태가 스멀스멀 엿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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