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로드니 킹의 호소 "사이좋게 지낼 수 없을까요?"

dalmasian 2026. 5. 1. 10:03

[기억할 오늘] 2026.05.01.
5.1 로드니 킹의 말과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

미국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2012년 책 '바른 마음' 한국어판 표지. 교보문고

로드니 킹(Rodney G. King, 1965~2012)은 1991년 3월 과속 음주운전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LA 경찰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구타당해 인종차별 피해의 상징이 된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이듬해 가해 경찰관 재판 결과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LA 폭동의 '명분'이 되기도 한 인물이다.폭동의 광기가 걷잡을 수 없던 5월 1일, 로드니 킹은 TV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우리 모두 사이좋게 지낼 수 없을까요? (…) 우리는 모두 이 땅에 잠깐 붙들려 있을 뿐(stuck here for a while)이잖아요. 사이좋게 지내려고 함께 노력해요.”

미국 뉴욕대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2012년 저서 ‘바른 마음(The Righteous Mind)’의 서문 첫 문장으로 로드니 킹의 저 발언을 인용했다. “우리 사이좋게 지낼 수 없을까요(Can We all get along)?”
하이트는 책에서 “이 땅에 잠깐 붙들려 있을 뿐”인 우리가 왜 공동체로 조화하지 못하고 서로를 쉽사리 적대시하는지, 정치와 종교 등 여러 면에서 자신은 늘 옳고 우월하다고 여기며 상대를 타자화-배제하려고 하는지를 각자가 지닌 '도덕성'의 뿌리에서 분석했다. 그가 찾은 원인, 즉 책의 요지는 인간의 도덕성이란 이성이 아니라 직관(본능적 감정)에 기반하기 때문이라는 것. 직관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직관에 근거한 옳음의 기준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자기 우월감을 본성으로 내장한 채 스스로를 이성적 존재라 여기는 인간은, 직관-감정으로 옳고 그름을 포함한 도덕적 판단을 먼저 내린 뒤 그 판단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성(논리)을 동원한다는 거였다.

그는 논리적 설득만으로는 상대의 생각을 바꾸기 힘들고, 먼저 직관(감정)에 호소해야 한다고, 보수-진보의 정치적 양극화도 같은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완화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서로의 강점을 상호 보완하며 로드니 킹의 바람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썼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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