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9.
기름값 최고가격제가 시행 7주일을 맞았다. 그동안 급격한 물가 충격과 사재기를 막은 것은 분명하다. 국제 휘발유 가격이 56% 폭등한 사이 국내 소비자 가격은 18% 상승에 그쳤다. 문제는 속출하는 부작용이다. 가격 신호가 왜곡돼 유류 소비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고속도로 통행량 등 주요 지표에도 큰 변화가 없다. 가격 통제라는 독소(毒素)가 에너지 절약 유인을 마비시킨 것이다.
정부는 정유사 출고가격에 2주 단위로 상한선을 설정하고 있다. 1차는 휘발유 ℓ당 1900원, 2차 상한선 5% 인상, 3차 동결로 이어져 왔다.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가격을 낮추니 오히려 유류 소비가 늘어난다고 한다”며 “일리 있는 지적”이라 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 직후 국제 유가 하락에도 4차로 상한선을 다시 동결했다. 말로는 정책 선회를 고민하면서 여전히 가격 통제라는 손쉬운 유혹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유업계 손실이 3조 원을 넘어선 것이다. 정부는 손실 보전을 위해 예비비 4조2000억 원을 편성했지만 한 달 반 만에 70% 이상 소진됐다. 6월 첫 정산 때 예비비 전액을 투입해도 보전이 어려울 수 있다. 손실액 산정 기준도 문제다. 정부는 “원유 도입 원가가 기준”이라는 반면 정유업계는 “제품가 기준 보전” 당위성을 주장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최고가격제를 빠른 시일 내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고가격제와 공공요금 동결로 ‘물가 누르기 총력전’을 펴고 있는 게 문제다. 이대로 가면 선거 뒤 전기·가스·버스·택시 요금이 한꺼번에 치솟는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만큼 단계적으로 가격을 정상화하여 시장 기능을 회복하는 게 순리다. 최고가격제부터 서둘러 끝내야 한다. 선거를 의식해 정치적으로 끌고갈수록 재정 부담과 시장 왜곡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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