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비의 위험한 국가 길들이기]
2026.05.03.
| 윤비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민의힘 지지율이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15%,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20% 약간 넘는 수준으로 바닥을 치고 있다. 모든 여론조사에는 허점이 있다. 정치가와 정당이 그때그때의 여론조사 결과에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휘둘려서도 안 된다. 그러나 12·3 내란 이후 1년 반이 지난 지금 국민의힘의 낮은 지지율은 이 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어떠한지를 말해준다.
여론조사는 단순히 ‘누가 어느 당을 얼마나 지지하는가’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수치의 변화를 통해 국민들 사이에 어떤 사회심리적 분위기가 작동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고, 장기적으로 정치지형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얻기도 한다.
한국과 같은 사실상의 양당제 체제에서, 예를 들어 집권당이든 제1야당이든 지지율이 30%로 떨어지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다. 정치를 둘러싼 대화도 마찬가지다. 나의 견해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냉담하거나 적대적이라고 생각되면 특별하지 않은 한 자신의 의견을 숨기기 십상이다.
‘침묵 정치’ 만든 국힘 지지율 추락
소수의 지지자는 극단주의로 흘러
균형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흔들려
국힘의 ‘환골탈태’를 바라는 이유
대략 지지율이 30% 수준으로 떨어지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지지자들 입장에서 본다면 셋이 모였을 때 둘은 노골적으로 반대편이거나 자신의 입장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상황이다. 이때부터 지지자들은 입을 다물고, 반대자들은 기세가 등등해지기 시작한다.
지지율이 25%로 떨어지는 경우는 상황이 더 불리해진다. 비록 5%포인트밖에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지지자가 느끼는 심리적인 차이는 훨씬 크다. 1 대 3의 싸움이 되기 때문이다. 뚜렷한 소수다. 이런 상황에서 지지자들은 사적이든 공개된 자리든 대화에서 가급적 정치적인 이슈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지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잦아들게 되고 반대자들의 목소리는 실제보다 더 크게 들린다.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도 ‘저 당이 뭔가 크게 잘못하고 있는 모양이군’이란 생각을 갖게 된다.
만약 한 당의 지지율이 20% 수준이라면 어떻게 될까? 1 대 4의 게임이다. 이제 지지자들은 분위기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한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어도 여전히 2 대 3, 즉 소수인 상황이다. 이뿐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설득시키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제까지 지켜온 다수의 입장을 버리고 소수의 편으로 넘어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만일 소수의견이 맞다고 여겨져도 대개는 그냥 침묵하는 편을 택한다.
심지어 지지율이 15% 언저리라면? 거의 일곱 명 중 한 명만이 지지하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 거의 아스팔트 지지자들만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 아스팔트 지지자들조차도 이쯤 되면 목소리를 낮춘다. 핏대를 세워봤자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고립감을 느낀 아스팔트 지지자들이 한데 모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급격한 동질감이 형성된다. 연대감이 일어난다. 심지어 극단주의적인 주장들이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사람들이 각자 원래 생각하던 것보다 더 극단적으로 발전할 소지도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이미 국민의힘을 휘어잡고 있는 것은, 고립감을 느끼는 일부 소수의 입맛에 맞춘 자극적 주장을 펼치는 극우 유튜버들이다. 심지어 이들이 당의 행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문제는 당이 이 지경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이 15~20%에 기대려 하는 목소리가 국민의힘으로부터 적잖이 들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스스로 음지를 찾아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다. 미래를 스스로 버리는 일이다. 현재의 상황은 국민의힘 밖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국민의힘은 어쨌든 제1야당이다. 얼마 전까지는 여당이었다. 한때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국민의힘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실패만을 말할 수도 없다. 평가해줄 공도 여럿 있었다. 이런 당이 지금 양지를 버리고 음지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의 정치 전반에 매우 부정적이다.
국민의힘이 극단화되고 그 때문에 내홍을 겪고 현재에, 그리고 미래에 분열을 거듭한다는 것은 현 집권여당에는 책임 있는 대화 상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협상과 대화를 통한 화합정치를 이루려 해도 함께할 대상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렇다고 혼자서만 국정을 끌고 나가는 것도 장기적으로 보아 민주주의의 발전에 좋은 모습이 아니다. 권력이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지면 그 역시 선을 넘게 된다. 국민의힘의 환골탈태를 바라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윤비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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