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의 시론] 2026.04.29.
막 내리는 헝가리 오르반 체제
정권 맞서 똘똘 뭉친 야당 덕분
법치 회복해 괴물國 벗어날 듯
李 정부 검찰 폐지·사법부 압박
헝가리 反법치 행태와 닮은꼴
국민이 민주주의 위기 막아야
유럽의 헝가리가 오는 5월 12일 자유민주주의 회복의 대장정에 들어선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구축한 반자유주의적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 체제 청산을 내걸고 총선에서 압승한 티서당의 머저르 페테르 대표는 구시대에 횡행했던 반(反)법치 행태를 발본색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에 앞서 대법원장과 검찰총장, 감사원장, 언론청장을 “오르반의 꼭두각시”로 규정하고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헝가리를 민주주의 외양만 유지하는 권위주의 괴물국가로 전락시킨 오르반의 복귀를 막기 위해 총리 임기를 재선으로 제한하는 헌법 개정도 하겠다고 밝혔다.
머저르의 티서당은 4·12 총선에서 의회의 199석 중 138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다. 의석의 3분의 2를 확보한 덕분에 헌법 개정도 가능해졌다. 오르반 시대의 적폐 청산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학자들은 오르반 시대 헝가리를 ‘괴물국가’(Franken-state)라고 불렀다. 형식적으로 삼권분립 체제이나, 총리가 권력의 정점에서 의회와 사법부를 좌지우지하는 데다 의회의 판사 지명권으로 사법부 독립성까지 무너지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르반은 시민단체와 언론까지 측근들로 채워 1인 체제를 완성했다. 그는 지난 16년간 헌법을 14번이나 입맛대로 뜯어고쳤다.
인구가 1000만 정도인 헝가리가 오르반 모델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미국의 마가(MAGA) 세력 때문이다. 마가 핵심 인사인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진행자는 “헝가리 모델이 미국 정치의 미래”라며 양국을 오가며 활동을 벌인 대표적 인물이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갈라섰지만, 2020년 미국 대선 후엔 오르반 모델을 기반으로 트럼프 재선 및 2기 정부 밑그림도 그렸다. 대통령이 전권을 갖고 행정명령을 통해 통치하고 사법부 독립도 없앤다는 게 핵심이다.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승리 후 오르반이 마러라고를 찾은 것이나, J D 밴스 부통령이 헝가리 총선 현장을 찾은 것은 그런 연관성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오르반을 택했던 헝가리 유권자들은 이번에 그를 버렸다. 오르반의 딸과 사위, 아버지가 권력을 이용해 막대한 땅과 재산을 끌어모았고 오르반 측근들이 러시아형 올리가르히 부패 네트워크를 구축하자 민심이 폭발한 탓이다. 국영 TV와 일간지 등 모든 언론을 장악한 오르반은 권력 비판 보도를 꽁꽁 틀어막았지만, 야당은 머저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SNS를 통한 정권 부패 폭로전을 벌이며 표를 모았다.
헝가리는 ‘선거를 통한 레짐 체인지’에 성공해 곧 체제 개혁을 시작하지만 1인 중심 체제를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 체제로 정상화하는 일은 험난할 것이다. 하지만, 헝가리는 법의 지배를 견지하는 유럽연합(EU) 소속인 데다 지난 2023년 총선에서 야권 연합이 승리하며 반자유주의 체제 청산에 들어간 폴란드로부터도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오르반 체제가 러시아·튀르키예처럼 ‘권위주의적 독재’로 가지 못한 데에는 EU의 일원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EU의 제재를 우려해 야당 인사를 무차별 체포하며 탄압하지는 못한 까닭이다.
미국을 헝가리형 괴물 국가로 만들려는 마가의 구상은 망상임이 드러나고 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에도 상호관세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을 만큼 견고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영라디오(NPR) 등을 압박하며 의회 지원금을 중단해도 공영방송 시스템은 지속되고, 방송·신문의 권력 견제도 굳건하다.
문제는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헝가리 모델과 유사한 지향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친러 오르반처럼 북·중·러를 중시하고, 검찰 개혁이란 이름으로 검찰을 없애는 것, 대법관 증원 명분으로 사법부 장악을 시도하는 게 비슷하다. 언론에 대해 끊임없이 공격을 하는 것도 닮은꼴이다.
다행인 것은 국민의힘이 개헌저지선(100석)을 넘는 의석(107석)을 갖고 있어 오르반식 개헌은 막을 수 있다는 점인데, 당 내분을 보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헝가리 폭주를 막는 데엔 EU가 있었지만, 우리에겐 그것도 없다. 냉철한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괴물국가 행을 막을 수밖에 없다.

이미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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