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2026.05.07.
SK하이닉스가 촉발한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
방치하면 경제에 치명타
총수 등 임직원 성과급
사회적으로 조율하고
‘상생·투자 기금' 조성을

2023년 3월 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왼쪽부터)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삼성전자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국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갈등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에 대한 사회 여론은 싸늘하다. 보수·중도·진보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로 비판적이다. 노조 정식 명칭은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다.
노조가 어떤 방책도 없이 국민과 맞서며 뭇매를 맞는다면 노동계 안팎이 결합해 적정 수준에서 합의를 도출하도록 조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초기업노조는 한국노총·민주노총 어디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 초기업노조는 두 노총과 거리를 둔 성과주의 실리 노조다. 설립한 지 1년 6개월밖에 안 됐다. 경험이 부족한 집행부는 전후좌우를 살필 여유도 없이 조합원의 압박에 등 떠밀리고 있을 것이다. 파업을 하면 하는 대로,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노조가 겪을 진통은 불가피하다. 파업이냐 타협이냐 선택해야 하는 결단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초조할 것이다.
나는 초기업노조가 국민과 맞서는 파국을 선택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안대로 해도 성과급은 직원 평균 4억원이다. 최저임금 1년 치 총액의 20배다. 초기업노조는 자신들의 고액 성과급이 불러오는 사회적 박탈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고전할 때 국민이 보냈던 응원과 하청업체의 역할, 그리고 국가의 지원도 잘 이해하고 있다. 무엇보다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꺾일 때를 대비해 투자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명확히 알고 있다.
문제는 초기업노조의 합리적 판단을 방해하는 요소가 삼성전자 바깥에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갈등은 작년부터 예견된 상황이다. SK하이닉스가 기본급 1000% 한도의 초과이익분배금 상한선을 폐지하고 모든 직원에게 1억원 이상 성과급을 지급하며 깨뜨린 판도라 상자다. 그 기준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다음 성과급은 평균 10억원 안팎이다. 그 상황에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초기업노조 홈페이지에는 ‘삼성전자 VS 하이닉스 임금/복리후생 비교’가 걸려 있다.
성과급 비교 경쟁은 삼성의 갈등이 타결된다고 사라질 문제가 아니다. 이 갈등은 현대차와 LG그룹 등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에 치명타가 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극단으로 몰아가며 사회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에 세 가지 해결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4대 그룹 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총수의 긴급 회동을 제안한다. 이 난국은 개별 경영에만 집중하고 국가 차원 산업 전략은 소홀히 한 대한민국 경영계의 무전략에서 빚어진 문제다. 부메랑이 되어 개별 그룹 경영에도 걸림돌로 작동하고 있다. 창업 총수들이었다면 벌써 회동했을 것이다. 시급하게 4대 총수가 모여, 총수 포함 임직원의 성과급을 사회적으로 조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 계기로 일본 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과 같은 경제 단체를 통해 국가 차원의 산업 전략과 사회 통합 전략을 펼치려 했던 창업 회장들의 포부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
둘째, ‘사회 중재단’ 구성을 제안한다. 삼성전자 갈등의 완충 역할을 하는 중재단으로서 노동계와 종교계 원로, 전직 노동부 장관 등으로 구성하면 적절할 것이다. 이 조직이 노사 양측의 의견을 경청하고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초기업노조가 중재단 구성을 제안하면 더없이 좋을 텐데, 원로들이 직접 나서도 될 것이다.
셋째, ‘상생과 투자 기금’, 일명 ‘삼삼삼 기금’을 제안한다. 임직원의 성과급을 조율하면 그만큼의 초과 이윤이 발생할 텐데,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다. 사내 유보금으로 쌓아둘 것인지 주주 배당에 쓸 것인지 등 새로운 차원의 사회 갈등 요소가 될 것이다. 삼삼삼 기금은 그 초과 이윤을 사회와 나누자는 제안이다. 기금을 33.3%씩 삼등분해서, 3분의 1은 사회 연대 기금으로 하청·비정규직과 실업 청년 등의 지원에 사용하고, 3분의 1은 국가 전략 투자 기금으로 연구·개발 및 용수·전력망 등에 투입하고, 3분의 1은 유보 기금으로 쌓아두었다가 기금을 납부한 기업이 경영난에 처할 때 되돌리자는 제안이다.
삼삼삼 기금이 실현되려면 반드시 제도화가 필요하다. 이 제안이 성사되려면 몫을 나눈 경영진과 노동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문제, 기금에 세금 공제를 해주는 문제 등 꼼꼼하게 살펴야 할 측면이 많다. TF 성격의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심사숙고를 기대한다. 삼삼삼 기금이 현실화된다면, 갈등을 희망으로 바꾸는 역사적인 반전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
Copyright ⓒ 조선일보.
'Opinion &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한동훈 “장동혁 당권파, 민주당 아니라 나를 이기려…이런 퇴행” (0) | 2026.05.09 |
|---|---|
| 선거 후 李정부 흔들 3대 변수… 민주 全大, 공소 취소, 부동산세 (0) | 2026.05.09 |
| “국민은 공소 취소 뜻 몰라” 본심 말해버린 민주당 (0) | 2026.05.09 |
| 원전 안 짓고 2.3기 늘리는 실용 (0) | 2026.05.09 |
| 이재명 대통령에게 필요한 ‘진정한 自主의식’ (0) | 2026.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