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5.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가 투쟁 결의 대회를 연 모습.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약 45조원)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총파업 압박에 나섰다. /뉴시스
중앙노동위원회가 14일 삼성전자 노사에 사후 조정 재개를 요청했고, 사측은 별도로 노조에 대화 재개 공문을 발송했다. 경제 6단체도 이날 반도체 공급망 차질을 우려하며 파업 철회를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노조는 15일 오전 10시까지 성과급 제도화 등에 대해 사측 입장 변화가 없으면 21일부터 파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태는 단순한 임금 인상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N%) 성과급 지급 제도화’는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 거액의 돈을 고정적으로 챙기겠다는 것으로 기업의 장기 투자 전략에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반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문제다.
삼성전자 노조원 대부분이 하는 일은 일반 제조업 생산직 직원이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받는 돈은 수십 배 차이 난다면 이는 용납되기 어렵다.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당장 같은 요구가 HD현대중공업, 카카오, 현대차 등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협력사와 해외 공장 직원들까지 배분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노조가 회사 이익의 특정 비율을 정해 내놓으라는 요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런 요구가 법적으로 가능한지부터 가려야 한다. 대법원은 2024년 삼성전자 성과급(OPI) 소송에서 성과급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성과급 비율을 강제로 정하자는 것은 법에 정해진 임금 협상이 아니란 해석도 가능하다. 이를 이유로 파업하는 것 역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상당수 노동법 전문가들도 “대법원이 임금의 성격이 아니라고 한 사항을 파업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노동법이 보호하는 파업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노동법상 파업은 임금이나 근로시간 같은 ‘근로조건 개선’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반면 영업이익 처분은 미래 투자와 주주 배당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경영 판단 영역이다. 특히 반도체와 같은 치열한 기술 경쟁 산업에선 다음 기술 개발과 생산을 위해 이익 대부분을 재투자해야 한다. 대만의 TSMC 등 글로벌 경쟁사들에서 삼성전자 노조와 같은 행태는 있을 수 없다.
정부는 ‘이익 N% 성과급’ 파업이 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성과급 등도 노사 협상의 대상이 된 적이 있지만 지금처럼 상상을 벗어난 규모도 아니었고,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된 상황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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