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2026.05.15.
국민이 진실에 눈 뜨고 “No”라
말하지 않으면 권력이 국민을
우습게 보고 맘대로 법치를
유린할 것

지난달 9일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위' 소속 의원들이 '연어 술 파티' 의혹을 검증하겠다며 수원지검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를 사서 생수통에 담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연 후 이들은 뜬금없이 '연어 술파티'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전용기 박성준 이건태(이상 민주당) 차규근(조국혁신당)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한 나라의 법치를 이토록 무지막지하게 허물 수 있는 민주당 정권의 내심을 친명(親明) 핵심 박성준 의원이 실토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추진하는 의원 모임(공취모) 대표이자, 국정조사 특위 간사다. ‘대통령 재판 없애기’ 프로젝트에 앞장선 그는 방송에 나와 “국민 10명 중 8~9명은 공소 취소가 뭔지 잘 모른다”고 했다. 공소 취소를 이슈화하려는 야당을 향해 “선거 전략을 잘못 짰다”며 훈수까지 두었다. 대중의 사법적 무지(無知)를 이용해 권력자 범죄를 소멸시키겠다는 그 기만적 발상에 말문이 막혔다.
민주당 진영의 정신 세계엔 대중을 우민(愚民) 취급하는 왜곡된 계급 인식이 깔려 있다. 그것을 실감했던 것이 ‘조국 사태’였다. 조 전 법무장관 일가의 편법·반칙 의혹이 제기되는 와중에서 그가 과거 펼쳤던 ‘가붕개론’이 소환돼 기름을 끼얹었다.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며 ‘가재·붕어·개구리의 삶’을 권유하던 그가 자기 자식은 온갖 인맥 동원해 스펙 쌓아주고 명문대 보내려 서류까지 위조했다. 속속 드러나는 불법 앞에서도 민주당은 한사코 그를 옹호하며 싸고 돌았다. 검찰 수사가 “사법 쿠데타”이고 “가족 인질극”이라 비난하며 특권적 반칙엔 눈 감았다.
당시 ‘조국 수호’를 외치며 독특한 계급론을 펼쳤던 인물이 최민희 의원이었다. 그는 조 전 장관이 “대한민국의 초엘리트”라며 “그 자식들은 초엘리트들 사이에 (형성된) 인간관계 등으로 일반 서민이 갖지 못한 어떤 관계들이 있다”고 했다. 일반인과 다른 특별 신분이니 스펙을 조작해도, 표창장을 위조해도 “불법적이진 않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현대판 신분제’를 주장하던 최 의원은 그 후 스스로 초엘리트가 되어 국감 기간 중 국회에서 딸 결혼식을 올리고 계좌 번호며 카드 결제 링크까지 걸었다. ‘축의금 장사’라는 비판에 “양자역학 공부” 운운하며 국민을 바보 취급했다.
이 정권 사람들은 금전 감각부터 엘리트 아닌 일반 국민과 달랐다. 국무총리는 경조사와 출판 기념회로 5억원을, 지인의 배추밭 투자로 월 400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자녀 결혼 축의금으로 2억5000만원을, 청와대 수석 출신 도지사 후보는 4억 여원을 받았다고 신고했다. 세간 상식보다 ‘0’ 하나가 더 붙은 단위였지만 청와대는 사회생활 기간을 감안하면 “많은 금액은 아니다”라고 했다. 돈 없어 결혼식조차 못 치르는 서민이 수두룩한데 억대 축의금이라니, 사는 세상이 다른 것 같았다.
민주당 권력 엘리트는 범죄마저 특별 대우 받는다. 명품 시계 의혹에 휩싸인 여권 실세는 변변한 수사조차 받지 않고 여당 후보로 선출돼 선거에 출마했다. 징역 5년형을 받은 대통령 최측근은 대법원 선고를 앞둔 피고인 신분으로 선거에 나가겠다며 동분서주했다. 또 다른 측근은 뇌물·대북송금 혐의로 7년8개월 형이 확정됐는데도 민주당이 ‘회유·조작 피해자’로 둔갑시켰다. ‘연어 술 파티’ 증거를 찾겠다며 수원지검 앞 편의점에 들이닥친 여당 의원들이 소주를 사서 생수병에 담고는 “술 파티가 확인됐다”고 외친 장면은 한 편의 코미디였다. 국민을 개·돼지로 본다는 뜻이었다.
아예 범죄 혐의 자체를 없애는 초헌법적 특권을 누리려 한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사건이 조작임을 밝히겠다며 유리한 증인만 불러 국정 조사 쇼를 벌였다. 아무리 추궁해도 새로운 사실은커녕 범죄를 뒷받침하는 진술만 이어졌는데도 “조작 증거가 나왔다”고 우기며 공소 취소 목적의 특검법을 발의했다. 박성준 의원 말대로, 국민이 잘 모르는 상황을 틈타 사법 쿠데타를 감행하겠다는 뜻이었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초법적 특혜를 권력자 한 사람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6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믿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지율은 국정에 대한 평가지 ‘사법 면죄부’를 의미하지 않는다. 국민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 수행에 점수를 줄지 몰라도 범죄 혐의를 없애는 것에 동의한 적이 없다. 주가 올리고 현금 뿌린다고 분별력을 잃을 우리 국민이 아니다. 민주당이 ‘대통령 혐의 없애기’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면서 공소 취소가 무슨 뜻인지, 재판 소멸이 뭘 의미하는지 알게 됐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역풍 불 조짐이 보이자 그걸 감지한 민주당은 공소 취소 특검법 처리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뤘다. 선거 때만 속이면 된다는 정치 공학적 꼼수가 또 나왔다.
이 정권은 무능한 야당도, 기울어진 언론도 겁내지 않는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오로지 국민이 진실에 눈뜨는 것뿐이다. 6년 전 ‘조국 사태’ 때 나는 ‘우리가 분노하지 않으면 그들이 우릴 개돼지로 볼 것’이란 칼럼을 썼다. 한 네티즌의 댓글에서 따온 제목이었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다. 우리가 분노하며 “노(No)”라고 하지 않으면 그들이 국민을 우습게 보고 마음껏 법치를 유린할 것이다.
박정훈 논설실장 j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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