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에어포스원 탑승 거부된 '中 기념품'

dalmasian 2026. 5. 18. 06:04

[천자칼럼]  2026.05.18.


서양 사상사의 막을 연 플라톤의 작품들은 대화체로 쓰였다. 그런 까닭에 저자의 본뜻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정치학자 레오 스트라우스는 그렇게 쓰인 이유로 플라톤이 아테네 민중의 미움을 사 사형 판결을 받은 스승 소크라테스를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으로 봤다. 자기 목소리로 직접 말하지 않고 책 속 등장인물의 대사에 자기 생각을 숨기는 방식으로 적대 세력의 ‘감시’를 피했다는 설명이다.

중요한 정보를 감추려는 측과 이를 파헤치려는 측은 끊임없이 충돌했다. 그 과정에서 인류사 초창기부터 첩보 활동이 시작됐다.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비밀 정보를 노예의 두피 문신으로 새긴 뒤 전달한 사례를 전한다. 문신 내용은 머리를 길러 감췄다. <손자병법>은 “적의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벼슬이나 금전을 아끼지 말라”고 적고 있다.

첩보는 때로는 역사의 흐름을 바꿨다. 이오시프 스탈린은 ‘일본이 소련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1급 정보를 넘겨받은 뒤 마음 놓고 나치 독일과의 싸움에 전념할 수 있었다. 정보를 알려준 이는 1941년 독일의 소련 침공 일자를 콕 집어 전한 특급 스파이 리하르트 조르게였다.

감시·감청 장비 발전도 눈부시다. 영화 ‘007 시리즈’에 등장한 안경과 시계, 만년필은 요즘에는 그저 어수룩한 도구에 불과하다. 현실에선 사례로 받은 조그만 기념품, 찻주전자 같은 생활 도구, 탁자에 잠시 놓아둔 휴대폰으로 순식간에 정보를 빼간다.

지난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마쳤다. 미국 정부 대표단과 취재단이 중국 측으로부터 받은 기념품을 비롯한 모든 물품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에 수거된 뒤 폐기돼 화제다. 중국 관리들이 나눠준 출입증, 대표단 배지, 임시 휴대폰 등이 모두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중국에서 사용한 물품에 추적·도청 장치나 악성코드가 장착됐을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라고 한다.

정보를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안에서만큼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적용될 수 없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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