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8.
반도체 생태계 지탱하는 소부장
“그들만의 돈잔치, 이게 공정인가"
“본사 직원들은 (성과급으로만) 수억 원씩 받아가 부자 되는데, 밤낮없이 똑같이 일한 협력사 직원들은 되레 가난해질 위험에 처했습니다. 말이 되나요. 이게 공정인가요.”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 생태계를 지탱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가 경제의 중추인 반도체 라인을 멈춰 세우려는 본사 노조의 성과급 투쟁이 애먼 협력사 근로자 40만명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협력사 직원들은 최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우리는 파업의 ‘피읖’ 자만 꺼내도 해고당할 텐데 삼성 노조가 부럽다” 같은 글을 쏟아내고 있다.
소부장 업계에서는 불황일 때는 가장 먼저 감원과 단가 인하 압박을 견뎌야 했는데, 정작 초호황기가 되자 본사 파업 탓에 오히려 수익이 악화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한 협력업체 직원은 “하청 근로자들은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루거나 웨이퍼 박스를 세정하고 관리하는 등 고강도·고위험 업무를 도맡아 한다”며 “주야 맞교대로 건강을 해치면서 하루 12시간 고강도 노동을 10년 넘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월급은 최저 임금 수준”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하면 1차 협력사 1061사와 2·3차 협력사 693사 등 1700여 사 이상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다. 업계는 직간접적인 인원까지 포함하면 이번 파업으로 고용 불안 등 유무형의 피해자는 최대 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소부장 업체 직원 대부분 가장인 경우가 많은데, 가족까지 합치면 100만명 넘는 사람들의 생존권이 노조 파업에 흔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1~3차 협력사들은 노조 파업 현실화에 대비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메우기 위해 장비 납기를 앞당기거나, 공장 가동 스케줄을 전면 수정하는 등 운영 부담을 떠안고 있다. 소부장 업계 관계자는 “납기 일정은 물론이고 몇몇 업체는 대출 등 재무 계획까지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본사 직원들에게 성과급은 ‘보너스’의 문제겠지만, 협력사 직원들에게는 성과급은 다른 세상 얘기고 월급조차 못 받을 수 있는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안별 기자 ahnbye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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