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2.
지난 20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 붙어있는 파업관련 노조 현수막/뉴스1
총파업 문턱까지 갔던 삼성전자의 성과급 사태가 노사 잠정 합의로 파국은 면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사태가 남긴 후폭풍은 예사롭지 않다. ‘국가 대표 기업’이란 간판에 감춰졌던 내부의 문제와 직장 분위기의 해이가 드러났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란 원칙은 훼손됐고 조직은 이기주의로 쪼개지기 시작했다. 세계 반도체 기업에서 볼 수 없는 노조의 존재, 그 노조원들의 무절제한 탐욕과 이기주의, 회사 측의 무원칙한 대처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치열한 글로벌 전쟁터에서 삼성이 지금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생기고 있다.
상법상 이익 배분은 주주총회의 고유 권한이자 경영진의 판단 영역이다. 이번 사태는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기업 이익의 배분을 강제할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 이로 인해 삼성이 사활을 걸어야 할 천문학적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 재원이 잠식당하게 됐다. 이 영향이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다. 선제적 대규모 투자를 놓치면 금방 도태되는 것이 반도체 산업이다.
노조원들이 ‘회사를 망하게 만들겠다’는 식의 막말을 쏟아내고 파업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상당수 직원은 파업 일정에 맞춰 미리 휴가를 내고 일부는 해외여행까지 예약했다고 한다.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 기간을 6일간이나 길게 잡은 것도 휴가 간 노조원들의 복귀를 기다리는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사업 부문 간 내부 갈등은 삼성의 새로운 숙제가 됐다. 흑자를 기록하고도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에 그친 완제품(DX) 부문과 최대 6억원 규모를 받는 메모리 부문 간의 과도한 격차는 조직 내에 심각한 박탈감과 위화감을 조성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삼성 사태를 “생존에 관한 전통적인 노동 분쟁이 아닌 AI 호황의 전리품을 둘러싼 ‘가진 자’와 ‘더 가지려는 자’의 싸움(The haves and the have-mores)”이라 지적했다. 해외 투자자들 역시 세계 생산직 역사상 전례가 없을 수준의 성과급을 달라며 파업을 위협한 삼성 노동자들과 삼성전자라는 회사를 다른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을 것이다.
글로벌 경쟁사인 엔비디아나 TSMC 등은 철저히 개인 역량에 따른 고위험·고보상 계약 체계로 움직인다. 반면 삼성 노조는 고용 안정이라는 한국식 노조 기득권과 실리콘밸리식 고액 보상을 한꺼번에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지속 가능하겠나. 지속 가능하지 않을 때 이 노조가 기득권을 포기하겠나. 국내의 천문학적 성과급 선례가 삼성의 미국이나 유럽, 인도 등 해외 생산 기지로 번져간다면 감당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6억원 돈을 받는 사람들이 노조를 결성해 파업을 위협하고, 그로 인한 국가 경제의 풍파를 국민이 걱정해야 하는 어이없는 일은 삼성 내부 상황을 볼 때 이번으로 끝이 아닐 것이다. 먼저 정부가 친노조 일변도 정책을 바꿔야 한다. 삼성 노조는 노조라고 할 수 없다. 이들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을 흔드는 일은 막아야 한다.
조선일보
Copyright ⓒ 조선일보.
'Opinion &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판세 혼전 6·3 중대 분수령… 중도층 민심 잡아야 이긴다 (0) | 2026.05.25 |
|---|---|
| 靑 “국민 생명이 최우선”, 北 억류 7명은 예외인가 (0) | 2026.05.24 |
| 교복에 선글라스 쓴 여학생들... 일본은 지금 자외선과 전쟁중 (0) | 2026.05.24 |
| 삼성전자·SK하이닉스, 運을 실력이라 착각 말라 (0) | 2026.05.24 |
| 대통령과 장관, 경찰까지 다 서울시장 선거운동 나서나 (0) | 2026.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