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환율 어느새 1540원대까지 …'성공의 비용' 인식 안이하다

dalmasian 2026. 6. 5. 10:33

2026.06.04.
원·달러 환율이 1540원 선까지 치솟았다. 지정학적 불안과 달러 강세,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수준이라는 점에서 부작용에 대한 염려도 커지고 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530원에 개장한 후 1529.7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지만 야간 거래에서 장중 1540.59원까지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54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3월 10일 장중 1561원 이후 처음이다. 5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전달에 비해 8억8000만달러 감소했을 정도로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현재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상황이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자 "도약의 마찰음"이라며 원화값 약세의 의미를 축소했다. 우리 경제 규모가 커졌고, 증시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감내해야 한다는 취지였겠지만, 민생경제를 외면한 안이한 인식이다.

실제로 이번 고환율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외채 상환 불능이나 금융 시스템 붕괴를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5월 수출액이 877억5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순대외금융자산 역시 7500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코스피도 9000선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성공의 비용'을 누가 치르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원자재 가격 등 수입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에 전가된다. 밥상 물가와 에너지비 상승으로 가장 먼저 신음하는 것은 서민들이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도 비용 상승과 소비 위축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반도체·AI 수출 호황의 과실은 일부 대기업과 주주들에게만 돌아갈 뿐이다. 정책 당국자라면 이런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미사여구로 서민의 한숨을 덮는 것이 아니라, 환율 변동성에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