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2026.06.05.
한석훈 연세대 겸임교수, 前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번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근본적 개혁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임을 일깨운다.
서울 송파·강남·광진구 내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됐는데, 일부 투표소는 오후 4시30분쯤부터 투표용지가 공급되지 않다가 투표 마감 시각인 6시가 넘어서야 투표가 재개됐고, 심지어 밤 10시까지 투표 마감 시간을 연장한 곳도 있었다. 인천 연수구 등 투표소에서도 투표용지 부족 제보가 있었고, 투표용지를 기다리던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인터넷 글도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방송 3사의 출구조사 발표는 예정대로 오후 6시쯤 공개돼 그 후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만큼 사태 발생 후의 선거 공정성 확보를 위한 대처에도 매우 미흡했던 셈이다.
중앙선관위는 이전 지방선거까지는 사전투표인 수를 제외한 선거일 선거인 수의 60%까지 투표용지를 인쇄하도록 지침을 내렸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일 선거인 수의 50%로 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낮췄다고 한다. 그것은 버려지는 용지가 많으면 투표 조작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 예상보다 투표율이 높아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변명한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사전투표를 포함해 총투표율이 50.9%였는데, 이번 선거에서 총투표율이 61%로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심한 것은 투표를 장려해야 할 책임이 있는 선관위가 그 책임은 망각한 채 부정선거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투표용지를 대폭 줄인 무책임성이다. 그리고 서울의 경우 위 3개 구(區)뿐만 아니라, 중랑·강북·은평·금천·관악구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선거일 투표인 수가 선거일 선거인 수의 50%를 넘어서고 있는데, 유독 국민의힘 후보가 초강세 지역인 위 3개 구에서 집중적으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방해 결과가 야기됐다는 점은 의문이다. 그것이 선관위 측의 고의적인 행위인지 관리 부실로 인한 결과인지는 국정조사 등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공직자 선거는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고, 더욱이 양극화가 심한 오늘날에는 선거의 공정성을 관철하는 일이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절실한 문제이다. 그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선관위는 정치적 중립에 엄격해야 하고 업무 처리에 신뢰를 받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선관위는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사전투표한 표들을 플라스틱 소쿠리 등에 담아 아무렇게나 운반한 일이 있었는가 하면, 2025년 대선의 사전투표에서는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가 투표소 밖에 반출되는 것을 방치한 사례도 있었다. 그 밖에도 직원 자녀 특혜채용 의혹 등 각종 채용 비리 논란, 국가정보원의 선관위 전산망 해킹 취약점 지적 등 조직 구조 및 업무 처리의 신뢰를 의심케 하는 사건들이 이어졌는데도 선관위는 그동안 독립성을 내세우며 자정 노력을 게을리했다.
부정선거 시비에 대해서는 투표 결과에 한 점 국민의 의혹이 없도록 투표와 개표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책임이 선관위에 있다. 선거는 결과 이상으로 절차와 과정에 대한 유권자의 납득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석훈 연세대 겸임교수, 前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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