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서기자의 선 넘는 생각]
2026.06.05.
기표소에서 한참을 못 나갔다. 도저히 서울시장으로 뽑고 싶은 사람을 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민심 르포 기사는 잘만 쓰고도 유권자로서 내 선택은 어려웠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유력 후보 중 누가 당선돼도 내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고, 정권 심판이니 정부 지원이니 하는 구호는 더더욱 와 닿지 않았다. 도장을 쥔 손이 허공을 헤매다가 알면서도 사표(死票)를 만들었다.
비상계엄 여파로 국민의힘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선택이 쉬웠을 거다. 서울에 재개발을 앞둔 집을 갖고 있었어도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을 거다. 어느 한쪽 정당의 일방 독주를 반대하면서, 그렇다고 당장 부동산 수혜를 볼 일도 없는 나는 거대 양당에 마음이 가질 않았다. 선거 기간 내내 소외됐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서울의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은 보편적이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특별검사는 잘못됐지만 이것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마음도 있다. 집보다, 특검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은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이 후보가 유일하게 소수자를 대변해서, 적극적으로 차별금지를 외쳐서, 청년 정치에 지지를 보내고 싶어서 등 선택의 이유는 차고 넘친다. ‘생활동반자 인정’ 조례 찬성 여부에 속 시원하게 답하지 못하는 후보들을 보며 한숨 쉬었을 유권자가 분명히 적지 않았을 것이다. 밤 늦게 대로변으로만 걷는 사람들은 누구에게 안전을 맡겨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거대 양당을 제외한 제3당에 투표한 사람은 14만1078명이다.(개표율 99.93% 기준) 1위와 2위 득표 차가 5만3460표인 점을 고려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투표는 일면식도 없는 남에게 내 소중한 권리를 맡기는 행위로, 그만큼 개인의 다양한 욕망이 담겨있다. 이들은 투표장에 가지도 않은 300만 명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시했다. 제3의 후보가 ‘1%의 벽’에 갇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말로 치부되기 아깝다.
부동산과 GTX 철근 누락, 이재명 대통령을 언급하는 10번 중 한 번이라도 다른 의제가 올랐으면, TV토론회에서 제3의 후보들이 말할 기회가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선거는 끝났지만 이미 당선된 정치인들이 제3의 선택을 한 유권자 목소리를 돌아봤으면 한다. 서울 행정구역을 쪼개 집값과 소득 수준을 분석하면서 승패를 따지는 만큼 소수의 선택도 이유는 들어봐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만 다음 선거에서, 그리고 그다음 선거에서 조금씩 선택지가 더 넓어질 것 같다.
최영서 기자
(youngaga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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