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檢총장 대행의 씁쓸한 처신

dalmasian 2026. 6. 6. 12:06


[오후여담] 2026.06.05.

김세동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말해 본인 사건의 공소취소를 공개 협박한 것이란 야당 등의 비난을 받았다. 청와대는 ‘일반론을 얘기한 것’이라고 했지만, 이 대통령 관련 사건 8개 전부를 공소취소 할 수 있는 ‘조작기소특검법’ 처리를 조만간 시도할 전망과 맞물려 논란이 커졌다.

6·3 선거일을 하루 앞둔 민감한 시기의 예사롭지 않은 발언이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 작용인지, 정치적 ‘밑밥’을 깐 것인지 설왕설래가 있지만, 수사·공소를 책임진 검찰 수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한 게 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 대통령 말대로 ‘공익·객관 의무를 가진 준사법기관’인 검찰 수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전례가 없다. 역대 정권에서 검찰의 수사·기소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을 이유로 청와대 출입은 물론 국회 출석도 피해 왔는데, 이 대통령의 ‘외청장들도 참석하라’는 지시로 새해부터 검찰총장 대행이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대행이 아니라 진짜 검찰총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해 장관들 사이에 끼여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으면 더 크게 논란이 됐을 것이다. 검찰총장은 심우정 총장이 지난해 7월 1일 물러난 뒤 11개월째 비어 있다. 검찰총장을 장기 공석으로 두는 건,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 검사의 수사지휘권 박탈 등에 대한 검찰의 조직적 반발을 막기 위한 목적이란 해석이 상당하다.

검찰총장 대행 체제가 여권의 입장에선 나름 합리적 선택이라고 해도, 14만 경찰 조직의 수장이고 국가수사본부를 총괄하는 경찰청장마저 장기 공석인 이유는 잘 모르겠다. 경찰청장은 조지호 청장이 비상계엄에 연루돼 2024년 12월 12일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부터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 오고 있다. 국회법(제134조)상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사임하거나 해임할 수 없어 대행 체제가 불가피했다고 해도 그가 지난해 12월 18일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된 뒤에도 6개월 가까이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는 건 이해가 안 된다. 검·경 수장의 대행 체제는 조직 내 최고위층의 충성 경쟁과 책임성 저하, 고위급 인사 지연, 정책 추진력 약화 등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Copyright ⓒ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