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글, 김연주)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서의 무소속 한동훈 후보 당선은, 단순한 한 지역구의 선거 결과가 아니다.
보수 성향이 뚜렷한 지역에서 거대 양당의 집중 공세를 뚫어낸 승리는,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탄핵이라는 험난한 격랑을, 우리 사회가 건너가고 있음을 보여준 상징과도 같다.
계엄의 위헌위법성과 탄핵의 불가피성에 대해, 그것을 가장 불편하게 받아들였을 보수 유권자들이, 스스로 심판의 언어를 말한 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기 위한 표지석 하나가, 이번 선거를 통해 세워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강이 얼마나 깊고도 넓은지를 보여주는 일이 터지고 말았다.
선관위의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그로 인한 빈틈을 비집고 '부정선거음모론'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관리 부실의 문제는,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 그리고 제도 개선으로 응답해야 한다.
헌법기관이라는 지위가, 선관위를 무결한 성역처럼 오인되도록 하거나, 또 그동안 누적된 불투명함에 대해 합리적 견제와 감시 체계를 부재하도록 해, 오늘의 사태를 자초한 측면이 분명히 존재하므로, 그 부실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선거 행정의 잘못을 선거 결과 자체의 조작으로 비화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 하겠다.
더구나 공당의 대표를 포함하는 일부가, 그 혼란을 정치적 연료로 삼아 음모론에 불을 지피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득을 보려는 자들이 있다면, 그 이득은 반드시 공동체 전체의 손실 위에 만들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노의 증폭이 아닌 합리적 판단의 복원이기에, 잘못은 냉정하게 짚고, 고칠 것은 제대로 고쳐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적 먹잇감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다면, 그것은 단호히 거부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이번 선거 결과로 세워진 표지석이 의미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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