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5.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해 서울 송파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4일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희망의 불씨를 지켜냈다”고 했다. 선거 참패를 부인하면서 대표직에서 사퇴하지 않을 듯한 뜻을 내비친 것이다. 국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을 수성했지만,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내줬다. 영남을 빼면 서울 외엔 전멸이다. 이런 상황이면 당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 당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게 해야한다. 그러나 장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국힘에 희망의 불씨를 지켜준 사람들은 거의 모두 장 대표가 배척했거나 장 대표의 ‘윤 어게인’ 행태를 멀리했던 후보들이다. 장 대표가 몰아낸 한동훈 후보는 부산 북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한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장 대표가 내보낸 것 같은 국힘 박민식 후보는 15% 득표에 그쳤다. 장 대표에 대한 부산 시민들 거부감이 이렇게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 장 대표와 함께 선거운동을 했던 국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도 낙선했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후보는 장 대표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요구하며 당 후보 등록도 수차례 거부했다. 그러나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을 끝까지 감싸자 당과 아예 선을 긋고 선거운동을 했다. 선거운동 기간 오 시장은 장 대표와 한 번도 동행 유세를 하지 않았다. 만약 오 시장이 장 대표와 함께 선거운동을 했으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 지 알 수 없다.
평택을에서 당선된 국힘 유의동 후보도 장 대표 지원 유세를 한 번도 신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과 유 후보는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중도층에 호소력이 있는 인사들의 도움만 받았다. 이런 결과를 보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여당에 대해선 독주와 오만을 심판하고 야당에 대해선 장 대표 등의 윤어게인 행태를 심판한 것이다. 절묘하고도 준엄한 경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장 대표는 선거 전 “서울·부산시장 결과에 내 정치적 생명이 달렸다”고 했다. 이 중 부산은 패했고, 서울은 장 대표가 돕지 않은 덕분에 이겼다. 유의동 후보는 “장 대표가 거취를 당연히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이게 상식이다. 장 대표는 민심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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