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선물 1위 회복한 스타벅스

dalmasian 2026. 6. 7. 06:14

[만물상]  2026.06.05.

2022년 11월 9일 독일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KFC가 수백만 명의 앱 이용자에게 스마트폰으로 알림을 보냈다가 발칵 뒤집혔다. 600만명을 학살한 홀로코스트의 서막으로 알려진 이른바 ‘수정의 밤’(1938년) 추모일에 “바삭한 치킨을 즐기라”는 판촉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역사적 비극을 장사에 활용했다는 분노에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KFC는 공식 사과와 함께 내부 프로세스 전면 개편 조치를 발표했다. 이 불매운동은 독일 정부와 상관없이 시장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5월 18일에 텀블러 행사를 진행하며 ‘탱크 데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얹어 5·18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빗댄 것이란 비난을 받았다. 회사 대표가 사퇴하고 신세계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거기까지였다면 사회의 상식선에서 매듭지었을 일이다. 그런데 독일과 달리 한국에선 정부가 나섰다.

▶대통령이 “저질 장사치의 막장 행태”라고 공격하자 정부가 일제히 요동쳤다. 행안부는 정부 행사에서 스타벅스 상품권을 퇴출하며 관제 불매운동의 멍석을 깔았고, 법무부는 산하 기관의 스타벅스 물품 구매 내역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국가 사정·행정 기관의 공권력이 동원되는 상황에서 해외에 나간 공직자들도 혹시 주변에 스타벅스가 있는지 살폈다고 한다. 잘못해 함께 사진이라도 찍히면 옷을 벗어야 할 판이었다.

▶선거 전문가들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2030 세대 75%가 야당인 오세훈 후보를 지지한 데는 정부·여당의 과도한 ‘스벅 때리기’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스벅이 잘못한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주위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일상의 자유까지 막느냐는 것이다. 걸핏하면 집단 불매운동을 선동하고 개인 자유를 무시하는 80년대 운동권 방식은 요즘 젊은 층에겐 폭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스타벅스는 사건 발생 후 카드 결제액이 130억원 급감하며 타격을 입었지만 열흘 만에 카카오톡 선물하기 1위 자리를 다시 차지했다. ‘운동권 꼰대’들을 투표로 응징한 2030들이 다시 자유롭게 스벅을 찾는 것이다.

▶기업이 잘못하면 소비자는 외면한다. 이것이 시장의 원리다. 기업에 가장 무섭고 가혹한 원리다. 그런데 정치권이 이를 선거에 이용하려고 지나치게 선동하면 역풍이 분다. 국민이 피로하고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다. 과거엔 통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이 지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하다. ‘스타벅스 역풍’이 이 교훈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일러스트=이철원

이인열 기자 yiy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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