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대통령 이전에 한 인간’이라지만

dalmasian 2026. 6. 12. 09:28

[세상만사]  2026.06.12.
정현수 사회부 차장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가장 논쟁적인 대목은 ‘공소취소’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해관계와 직결된 이 사안에선 유독 단호한 모습이었는데, 기자회견을 관통했던 ‘민심 앞에 낮은 자세’, ‘겸손함’이라는 메시지와는 극명하게 대비됐다. 여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6·3 지방선거 결과의 원인 중 하나로 공소취소 추진에 대한 중도층의 반감이 지목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가) 잘못됐으면 시정하면 된다”며 한쪽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이 문제가 말처럼 그리 간단치 않다. 이 사안의 당사자가 다른 누구도 아닌 대통령이라 가해지는 근본적 제약 때문이다. 이 제약이 무엇인지는 이 대통령의 답변에 이미 잘 설명돼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진상규명을 내가 지휘하는 경찰과 검찰 합수본을 대규모로 구성해서 할 수도 있다. (…) 일부러 우리 내부에서는 안 하고 있다. 쓸데없이 오해를 살 테니까”라고 말했다. 공소취소권을 가진 검찰의 최종적 지휘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한 중립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이 대통령 본인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치주의의 근간에 직결되는 문제다.

대통령이 직접 지휘하지 않는 특검을 통하면 이 제약은 극복이 되는가. 국회의 추천 과정이 있지만 그 특검을 최종적으로 임명하는 것도 역시 대통령이다. 아무리 형식적인 절차라 해도 대통령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특검법안을 만들고 특검을 추천하는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여당이다. 그렇다면 국회가 만드는 특검법과 추천된 특검은 대통령의 뜻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는가. 결국 이 대통령이 제시한 두 방식 모두가 중립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심대한 하자를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가혹하기도 한 이런 조건에 대해 이 대통령의 지난한 송사를 곁에서 지켜본 한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도 대통령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라고 말했다. 정치에 발 디딘 이래 그를 내내 옭아맸던 사법리스크에 대한 이 대통령의 고통을 한 개인의 관점에서 헤아려 달라는 호소다. 잘못된 기소에 대한 공소취소를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한 대통령 역시 그 제도의 보호를 받아야 할 한 사람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항변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개인의 인간적 면모를 앞세우기 전에 대통령이라면 응당 감내해야 할 짐이란 게 있다. 정권 내내 제기됐던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냉정하게 대하지 못할 때 그의 측근들이 달고 살던 말이 “그도 대통령이기 이전에 남편이고, 인간이다”였다. 임기 내내 공과 사의 경계를 명확히 긋지 못했던 전임 정권의 말로는 어땠는가. 유독 공소취소 얘기만 나오면 단정적 인식을 숨기지 않는 이 대통령과 여당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는 전임 정권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괜히 어렵게 만들어서 그렇지, 별로 어렵지 않다. 이도 저도 안 될 땐 역시 원칙으로 돌아가면 된다. 검찰 수사의 당부(當否)를 가리는 건 법정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우리의 ‘법과 상식’이다. 이 대통령이 무사히 임기를 마친 뒤 재개될 재판에서 검찰 수사의 적절성을 다시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여권에서 제기한 의혹처럼 검찰의 수사가 적절하지 못했다면 공소는 기각될 것이고, 수사에 큰 문제가 없었다면 판사가 죄의 유무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의 말마따나 잘못됐다면 시정될 것이다.
정현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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