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2.
역대급 수출과 GDP 성장 보였는데
제조업·20대 취업자수 급감 심각
거시 지표 안주 아닌 민생 우선해야

연합뉴스
지난달 취업자 수가 1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국가적 혼란으로 내수시장이 얼어붙었던 비상 계엄 사태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수출은 매월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5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낸 상황인데 정작 일자리 시장엔 냉기가 가득한 모양새다. 한국 경제가 ‘고용 없는 성장’의 덫에 걸렸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정부가 반도체 착시에 빠질 때가 아니란 점을 일자리 수치가 웅변해주고 있다.
중동 사태의 영향이 없지 않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올 1월 10만8000명이 늘었다가 2∼3월 20만명대로 확대됐다. 그러다 전쟁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 4월 7만4000명으로 증가 폭이 대폭 둔화된 데 이어 지난달 4만명 감소로 추락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출, 성장률 등 거시지표는 호황을 가리켰다는 점에서 일자리 지표의 악화를 단발성 요인 때문만으로 여길 일은 아니다. 특히 고용 창출 주력 업종인 제조업과 번듯한 일자리를 상징하는 상용근로자의 감소 현황이 예사롭지 않다. 제조업은 지난달 14만명이 줄어 전달(-5만5000명)보다 2배 이상 감소세가 확대됐으며 낙폭은 7년3개월 만에 최대였다. 상용근로자도 7000명 감소했는데, 이 수치가 마이너스를 보인 건 1999년 12월 이후 26년 만이다. 수출과 반도체의 호황이 제조업 전반에 온기를 전하지 못하는 것, 고용의 질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K자 양극화의 적나라한 실상이 아닐 수 없다.
고용 충격은 20대 이하 청년층에 집중됐다. 청년층 취업자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1년 1월(-31만4000명) 이후 최대 폭인 25만5000명이나 줄어들었다. 인공지능(AI)의 습격으로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8만9000명) 위축이 가시화되고 있는 점도 뼈아프다. 내수 침체와 더불어 청년들이 선호하는 화이트칼라 채용이 AI 기술 대체로 막히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신입이 경험을 쌓고 지식을 축적하는 일터가 줄어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암울해진다.
정부는 청년뉴딜과 산업전환 고용안정 등의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매번 나온 임시방편적 해법에 지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기업이 채용과 투자에 주저하지 않도록 규제 완화와 함께 노동시장 개혁에 나서야 한다. AI 혁신이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과 인재 교육 시스템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최근의 반도체 호황을 반도체만의 잔치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반도체 기업들이 창출해 낸 이익을 고용 유발효과가 높은 건설, 전후방 제조 산업 투자로 이끄는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고용은 투자, 소비의 바로미터다. 막연한 거시 지표 호조에 안주한 채 민생에 직결된 일자리·내수를 챙기지 못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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