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무거운 얼굴

dalmasian 2026. 6. 12. 09:47

[살며 사랑하며]  2026.06.12.
박세미 시인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고 했던가. 비유적 차원에선 그럴 수 있겠지만 실제로 신체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아무래도 머리가 아닌가? 단순히 무게뿐 아니라 생각과 기억, 감정 같은 것들이 다 머리 근처에 몰려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인간의 얼굴이 왜 신체 맨 꼭대기에 있는지 가끔 의아하다. 그 어떤 부위보다 무겁고 중요한 것인데, 왜 가장 위태롭고 개방된 위치에 달려 있는 것일까. 조금만 부딪혀도 다치기 쉽고, 조금만 신경 쓰여도 티가 나는데 말이다. 차라리 조금 더 아래쪽, 예를 들어 가슴쯤에 얼굴이 있다면 숨기기에도 편하고, 극심한 두통이 있을 때 손을 올려 안마도 해줄 수 있을 텐데. 그러다 문득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시시포스를 떠올린다. 신을 속인 죄로 산 밑의 거대한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은 시시포스. 겨우 산꼭대기에 올려놓으면 바위는 어김없이 굴러떨어지고, 그는 또다시 산 아래로 내려가 처음부터 밀어 올려야만 한다. 결코 끝나지 않는 노동, 성공이 허락되지 않은 노력.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헛된 수고’의 상징처럼 자주 언급되곤 한다. 실로 마음의 상태를 관장하거나 보좌하는 것이 몸이라면, 그중에서도 마음과 가장 자주 연동되는 것이 얼굴(머리)이라면, 바닥에 자꾸 떨어지는 마음과 얼굴을 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는 것이 현대인이 받는 벌인 걸까? 하루를 버티고, 표정을 추슬러 다시 세상 앞에 내놓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일종의 형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침마다 무거운 얼굴을 들어 올려 거울 앞에 서는 것 같다. 마치 시시포스가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듯, 내려앉은 표정과 가라앉은 마음을 다시 위로 떠밀어 올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지친 저녁엔 또다시 얼굴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생각한다. 어쩌면 현대인의 하루란 바위처럼 무거운 얼굴을 산꼭대기까지 조금씩 옮겨놓는 일의 반복일지도 모른다고.

박세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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