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2.
증거물 폐기, 결괏값 입력 오류까지
법적 책임만 피하려는 총체적 부실
개혁 또 실패하면 분노 감당 못할 것

지난 5일 투표함이 이송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내부에서 발견된 구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투표소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투표용지 박스. 연합뉴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불거진 선거관리위원회의 한심한 선거관리 실태가 점입가경이다. 투표용지가 어디서 얼마나 부족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더니 문제가 된 투표소의 투표용지 보관상자를 폐기처분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급기야 개표 과정에서 선거 결과를 잘못 입력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부실을 뛰어넘어 조직 전반의 무능과 나태함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곳이 대한민국의 모든 선거를 책임지고 관리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법적 책임만 모면하려는 선관위의 태도는 더 큰 문제다. 그제 법원은 투표소에 남은 투표용지 보관상자의 증거물 확보에 실패했다. 이 상자는 경찰이 시위대를 뚫고 투표함을 반출한 뒤 남겨진 것으로, 중앙선관위의 ‘투표용지 50% 인쇄 지침’조차 지켜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선관위는 “어디 있는지 우리도 모른다”고 하다가 뒤늦게 폐기처분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는 “법적으로 보관 대상이 아니어서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밝혔다. 언론에 크게 보도돼 국민적 관심이 쏠린 물품을 ‘통상적으로’ 폐기했다는 해명은 납득할 수 없다.
전북교육감 개표 과정에서 발생한 결괏값 입력오류에는 “당선인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1104명의 참정권을 묵살하고는 그 표가 없어도 무방하다고 변명한 것이다.
국민들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를 넘었다. 투표용지 최소 인쇄기준이 공식 회의도 없이 내부 전결로 결정되고, 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기본적 매뉴얼조차 없었으며, 일이 터진 뒤에도 늑장보고로 시간을 지체했다는 사실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선관위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분노는 점점 커지고 있다.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요구서가 보고되고,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중앙선관위를 압수수색했지만 국민들은 반신반의 상태다. 고의성 없는 단순 과실은 법적 처벌이 어렵고, 헌법기관인 선관위에서 엄정한 징계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치권은 개헌까지 언급하며 제도개혁을 공언하지만 ‘소쿠리 투표’ ‘가족 부정채용’ 때도 자체개혁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선관위 감시·견제를 위한 법안들은 흐지부지 됐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여야가 주도권을 잡겠다며 신경전만 벌이다 선관위 개혁에 실패한다면 국민들의 분노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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