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2030 공정 세대의 분노

dalmasian 2026. 6. 12. 09:32

[남도영 칼럼]  2026.06.12.


부실 투표 항의는 기본 절차의
공정성이 무너진 데 대한 분노

주거 불안, 취업난, 국민연금…
분노는 오래전부터 축적돼

청년의 짐을 덜어주지 않으면
공정의 세대는 분노의 세대 될 것

2030 세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두 장면 때문이다. 첫째는 서울시장 선거 결과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의 56.8%, 30대의 59.7%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선택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는 각각 35.9%, 36.7%에 그쳤다. 20대 이하 여성에서는 정 후보가 48.5% 오 후보가 41.4%를 기록했고, 30대 여성의 경우 오 후보가 53.6% 정 후보가 48.5%를 얻었다. ‘젊은 층은 민주당이 우세’ ‘20·30대 여성은 진보 성향’이라는 기존 통념과 다른 결과다. 둘째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하는 시위 현장이었다. 서울 송파구 개표소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 모인 수만 명의 시위대 중 20·30대 청년 비중이 높았다. 10일엔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무대일 줄 알았는데,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한 젊은이들이 많았다.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여겨졌던 2030 세대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일까. 시위만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순수한 시위자와 음모론자들을 구별하기 어렵고, 조직화도 약하다. 이들을 대표할 정치적 구심점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질문은 남는다. 이들은 왜 분노했을까. 단서는 ‘공정’에 있다. 투표 관리 부실은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 민주주의의 기본 절차가 흔들렸다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절차적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인식은 분노를 일으켰다. 여기에 선관위의 과거 특혜 채용 논란까지 소환되며 분노가 증폭됐다. 이러한 반응은 낯설지 않다.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 논란,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등에서도 2030 세대는 ‘절차적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세대 간 가치관 차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990년대 X세대가 있었고, 2000년대 들어 ‘88만원 세대’와 ‘3포 세대’가 등장했다. 요즘엔 MZ 세대, 알파 세대가 유행어다. 청년세대를 특별한 ‘인종’으로 취급하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다. 젊은 층 내부에도 금수저와 흙수저가 있고, 학벌이 나뉘고, 직업이 다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도 있다. 특정 세대나 성별이 특정 정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전제는 성립할 수 없다. 시위 현장에 젊은이들이 모이는 것도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위헌적 계엄에 반대하는 시위 현장을 가득 채웠던 응원봉은 젊은이들의 문화였다. 2030 세대가 보수화됐다거나 일베에 경도됐다는 주장도 자의적 해석에 불과하다. 보수 후보를 찍을 수도, 진보 후보를 찍을 수도 있다. 특정 정당만 계속 찍는 게 오히려 문제다.

청년들의 분노는 투표 관리 부실이 도화선이었다. 그러나 분노는 오래전부터 축적돼 왔다. ‘월급으로는 집을 살 수 없다’는 현실은 젊은 세대를 코인과 주식 시장으로 내몰았다. 취업의 문은 갈수록 좁아졌다. ‘열심히 노력하면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는 부모 세대의 가르침은 공허해졌다. 결과도 좋지 않은데 절차적 불공정이 드러나면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이는 분노로 연결된다. 공정을 핵심 가치로 삼는 세대에게 내로남불의 기성세대는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주거 불안, 취업난, 끊어진 상승 사다리,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국민연금 고갈은 젊은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다. 가장 취약한 젊은 세대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을 뿐이다. 2030 세대가 좌절하고 있다는 것은 사회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의미다.

해법을 찾아야 한다. 청년층과 노년층이 합의할 연금 개선 타협안을 만들어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를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도 고민할 때다. 입시와 취업 한 번으로 평생이 결정되는 구조도 개선이 필요하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제가 없지만, 시도해야 한다. 적어도 공정하게 해법을 찾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 탱크로 밀어서 될 일이 아니고, 젊은 정치인 몇 명을 국회에 보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외쳤다. 문재인정부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도 누군가는 계속 시도해야 한다. 젊은 세대를 짓누르는 긴장의 강도를 완화해야 한다. 청년들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공정’의 2030 세대가 ‘분노의 세대’로 바뀌는 장면을 목격할지도 모른다.
남도영 수석논설위원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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