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선관위에 없는 3가지 기본

dalmasian 2026. 6. 16. 07:40

[기자의 시각]  2026.06.14.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한 시민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최근 만난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선거관리위원회 얘기가 나오자 “같은 공무원으로서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선거가 본업인 조직이 선거 때마다 사고를 내면서도 책임은커녕 승진과 보상은 잘 챙긴다”며 “전국 공무원 얼굴에 먹칠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선관위 사태는 예상된 일이었다”고 했다. “비상근으로 위원장을 맡은 판사들이 실무를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없었고, 결국 사무처에 일임한 결과 오늘의 위기에 이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발주 사업을 하는 한 기업인은 “공공 용역은 서류 한 줄만 틀려도 대금 지급이 묶인다”며 “선거 관리가 민간 용역이었다면 선관위는 진작 거래처에서 퇴출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비판을 종합하면, 선관위에는 세 가지가 없다. 첫째, 사명감이다. 선거를 제대로 치르는 것이 존재 이유인 조직이 6·3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모습은 참담하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가 방해받았고, 개표에 들어간 상황에서 투표가 진행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사고 규모 파악도, 초기 대응도 실패했다. 집계 과정에서 1100여 표가 누락되고, 후보 간 득표수를 뒤바꿔 입력하기까지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이후 대응이다. 선관위는 “용지는 충분했는데 분배를 잘못했다” “당락에는 영향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선거 관리의 핵심은 절차의 공정성이다.

둘째, 보상·징계 체계가 없다. 선거철마다 핵심 업무인 선거를 앞두고 휴직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됐다. 자녀·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이 대규모로 드러나도 별탈이 없었다. 대선에서 투표용지가 소쿠리나 쇼핑백에 담겨 논란이 돼도 성과급은 거의 전액 챙겨 갔다. 일을 잘할 인센티브도, 실패 시 책임을 묻는 구조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셋째, 감시와 견제가 없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란 이유로 외부 감사를 거부했고, 위원장 자리는 판사가 명예직처럼 겸직하면서 실무는 사무처에 통째로 넘겼다. 이번 지선에서 위원장 대신 사무총장이 고개를 숙인 점은 이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감시의 눈이 없으니, 외딴 소왕국처럼 고이고 썩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지금은 AI가 만들어내는 가짜 뉴스와 조작 영상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양이 폭증해, 무엇이 사실인지 가려내기 버거운 시대다. 아직도 국민 일부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관위의 헛발질은 치명적이다. 분노한 시민들이 올림픽공원에 모인 것은, 신뢰를 잃은 조직이 민주주의 핵심 절차를 그대로 수행하게 용납할 수 없다는 민심의 분출이다.

“투표하는 사람이 아니라 표를 세는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말한 사람은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이다. 국민이 우려하는 것이 그 지점이다. 진상 규명과 문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선관위에 없는 세 가지 기본을 다시 세우기 전에는, 선거 때마다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

최원우 기자 sur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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