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은의 과학으로 신앙하기]
2026.06.27.

게티이미지뱅크
성경은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자에게 잠을 주신다고 말씀합니다.(시 127:2) 현대과학은 잠자는 동안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활동을 상당 부분 밝혀냈습니다. 먼저 낮 동안 정신 활동으로 뇌에 쌓인 각종 화학물질을 뇌척수액이 혈액 속으로 밀어냅니다. 말하자면 뇌를 물청소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뇌 질환의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또한 낮 동안 대뇌의 해마에 임시 저장된 정보들을 분류해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중요한 것은 대뇌 신피질로 보내 기억으로 저장하는 일도 수면 중에 이뤄집니다.
잠자는 동안에는 신체 정비도 진행됩니다. 수면 중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손상된 세포와 조직을 복원하고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바이러스와 세균의 공격에 대비하게 합니다. 마치 군사력을 재정비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낮 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각종 감정을 꿈을 통해 완화하고 심장과 호흡·소화기관의 활동을 줄여 다음 날을 위한 에너지를 비축합니다.
이 모든 일을 누가 할까요. 하나님은 우리를 태엽을 감아 놓으면 저절로 움직이는 시계처럼 만드시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한순간이라도 생명 활동을 붙들어 주시지 않으면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십니다.(시 121:4)
현대인들은 매일 잠과의 전쟁을 치릅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잠을 줄입니다. 직장생활뿐 아니라 육아와 가정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힘든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또 잠을 희생하며 각종 여가 활동을 즐깁니다. 이처럼 잠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 중 하나가 커피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약 10만개의 커피 전문점이 있다고 합니다. 이제 커피 한 잔을 곁에 두고 일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커피 한 잔은 어떻게 우리의 잠을 쫓아낼까요.
열대 식물인 커피나무의 열매 속 씨앗에는 최대 1000여종의 화학물질이 들어있습니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카페인입니다. 카페인은 원래 커피 열매를 보호하는 천연 살충제입니다. 세균과 곤충의 공격으로부터 열매를 지켜내는 물질이지요. 그런데 이 카페인이 우리 뇌에 들어오면 잠을 쫓아냅니다.
우리 몸에는 아데노신이라는 신경조절 물질이 있습니다. 아데노신이 뇌의 신경세포에 결합하면 도파민과 같은 흥분성 신경전달 물질의 작용이 억제됩니다. 그러면 흥분이 가라앉고 피로와 졸음이 몰려옵니다. 그래서 아데노신은 잠을 유발하는 물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데노신은 에너지원인 ATP가 사용된 뒤 남는 물질입니다. 온종일 활동하면 아데노신이 많이 쌓이고 이것이 신경세포에 붙어 뇌 활동을 억제하면 잠이 쏟아지게 됩니다.
그런데 카페인은 아데노신과 분자 구조가 매우 비슷합니다. 크기가 작아 소화기관에서 분해되지 않고 혈액을 통해 뇌로 이동하며 뇌의 장벽도 쉽게 통과합니다. 뇌에 도달한 카페인은 마치 아데노신인 것처럼 신경세포에 결합해 아데노신의 작용을 방해합니다. 그래서 졸음이 줄어들고 잠에서 깨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카페인은 중독성이 비교적 약합니다. 뇌가 매일 엄청나게 생성되는 아데노신과 비슷한 물질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몇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어 사라집니다. 물론 사람마다 카페인을 분해하는 유전자가 달라 분해가 느린 사람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합니다.
최근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어린 쥐나 임신한 쥐에서는 아데노신이 신경세포 돌기의 성장을 도와 두뇌 발달에 기여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아데노신을 방해하는 카페인이 들어가면 안 좋겠지요. 반면 늙은 쥐에서는 아데노신이 오히려 신경세포 돌기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이 결과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면, 나이가 들수록 적절한 카페인 섭취는 뇌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을 신뢰한다는 표현입니다. 커피 또한 필요할 때 우리를 돕도록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잠을 소중히 여기고 커피도 적절히 즐기며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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